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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는 2014년 가을부터 매해 '교육(2014), 글쓰기(2015), 역사(2016), 마을(2017)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올해는 '진실'이란 주제로 함께 자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의 진실이 참으로 쉽게 외면되고 포기되고 심지어 '자포자기'되는 현실을 목도합니다. 스스로도 스스로의 진실을 모르는 일상은 비일비재합니다. 2018교육문화연구학교는 진실이 자포자기된 채 누려지는 우리의 삶과 자신, 관계는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붙잡고 우리 일상의 진실을 톺아보려 합니다. 기간은 11월 2일부터 2019년 1월 11일까지입니다. - 기자 말

'진실'을 주제로 했던 '2018교육문화연구학교'를 모두 마쳤다. 늦가을 낙엽을 맞으며 시작했던 공부가, 찬바람 매섭게 부는 겨울의 한 복판에 와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1주(週) 11야(夜)를 뜨겁게 보낸 것 같다. '진실'이라는 낱말을 붙들고 함께 머리 싸매던 날들이 새삼 왠지 아련하고 그립게 느껴진다.    
 
 '진실'을 주제로 했던 11주 동안의 대장정을 모두 마쳤다.
 "진실"을 주제로 했던 11주 동안의 대장정을 모두 마쳤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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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란 무엇인가.'

평생을 짊어지고 씨름해도 쉽사리 답을 찾기 힘든 질문이다. 그런데도 묻고 또 묻는 것은, 질문에서 우러나오는 알 수 없는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실은 OO이다'라는 문장을 써 놓고, OO에 이런저런 말들을 넣어 본다. 썩 내키지 않은 술어들도 더러 떠오른다. 이런 '정의 내리기'가 가당한가 자문해 보기도 하지만, 11주 동안의 공부를 갈무리하는 마당이니 나름대로 문장을 하나 완성해 보기로 했다.

"진실은 비로소 거짓을 참으로 이끌 것이다." 

문장을 써 놓고 보니, 너무 당연한 소리인 것도 같다. 이제부터 이 문장을 단서로 지난 공부 모임을 되짚어 보려고 한다. 그러다가 문장을 다듬어야 하면, 조금씩 손을 봐도 좋겠다. 초등학교 다닐 때 산수 교과서 옆에는 늘 산수 익힘책이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후기를 적으면서 공부 익힘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저마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놓고 11주 동안 서로 대화하며 각자의 작문 노트를 작성해 갔다.
 우리는 저마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놓고 11주 동안 서로 대화하며 각자의 작문 노트를 작성해 갔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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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들은 매주 각 주제별 공부 내용을 공유하고, 주차별 소감문을 작성해 올렸다.
 참석자들은 매주 각 주제별 공부 내용을 공유하고, 주차별 소감문을 작성해 올렸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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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있는 '거짓'

'진실'이라고 했을 때, 전에는 막연하게 이런 그림을 떠올렸다. 시퍼런 칼이 하나 나타나 검게 멍이 든 종기를 예리하게 도려낸다. 거짓을 찾아 가려내고 마침내 도려 없애는 칼, 진실이란 이렇듯 거짓을 판가름하는 심판관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참 아니면 거짓, 첨예하게 대립하는 어떤 사안에 대하여 진실의 칼날이 나타나, 거짓은 보기 좋게 거꾸러뜨리고 마침내 참의 손을 들어주는 그런 상상에 익숙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이어가면서, 그러한 그림에 균열이 이는 것을 느꼈다. 이재명, 백종원, 트럼프 등 현존하는 인물들과 관련한 최근 이슈들의 여러 가지 면을 살펴보면서, 진실은 어쩌면 내 안의 편견과 아집, 불통의 그림자를 먼저 꺼내 보여주는 불편한 칼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잣대로 어떤 사람이나 사안에 일정한 금을 그어 놓은 채 이것은 참이다 혹은 거짓이다라고 하는 게 과연 진실에 다가서는 정당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나 하는 성찰이 있었다.
 
 1945년 12월에 있었던 모스크바 3상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명백한 오보 기사를 낸 동아일보 1면 자료 사진을 2018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포스터 전면에 내걸었다.
 1945년 12월에 있었던 모스크바 3상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명백한 오보 기사를 낸 동아일보 1면 자료 사진을 2018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포스터 전면에 내걸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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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있는 거짓과 먼저 대면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는 만만치 않은 힘이 든다. 그러한 힘을 먼저 길러야 한다.'

진실은 이렇게 도리어 나에게 다시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상대가 거짓이냐 참이냐를 따지기 전에, 내 안에서 꿈틀대는 거짓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오만과 아집으로 응집되어 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내가 만약 거짓에 치우쳐 있다면, 진실의 검이라고 휘두르는 그 칼날은 어떤 사안의 참과 거짓을 엄정하게 가려내기는커녕 내 마음에 안 드는 것들만 골라서 겨누고 위협하는 흉기에 지나지 않은 것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썼던 문장에 이런 전제가 붙어야겠다. 

"진실은 내 안의 거짓을 먼저 보게 한다." 

내가 얼마나 독선과 아집에 머물러 있기 쉬운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었을 때 비로소 참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는 것, '백종원 현상'과 '트럼프 스캔들'을 마주 대하는 나의 모습에서 특히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한 면만을 보려고 하는 것,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려는 고집, 내가 어울리고 있는 뭇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할 거라는 기대와 눈치, 이 모든 것들이 진실의 빛 아래서 모두 가감 없이 노출되어야만 비로소 참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참'을 좇는 나만의 힘

반면, 내 안에는 거짓뿐 아니라 '참'을 향해 가고자 하는 유별난 힘 또한 존재한다. 나만이 가진 어떤 독특한 성질이 '참'된 것을 강력하게 붙잡으려고 한다. 누구나 이 참된 것을 찾고자 하는 저마다의 고유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힘을 의지해서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서는 것이다. 박준영 변호사님과 박상규 기자님을 만나면서 그러한 진실 또한 여실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지지리 못했다는 박준영 변호사님, 유별난 사법고시 패스 이력만큼이나 유별난 변호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지지리 못했다는 박준영 변호사님, 유별난 사법고시 패스 이력만큼이나 유별난 변호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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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끝까지 듣기'가 자신의 주특기라고 했던 <셜록>의 박상규 기자님.
 "오래, 끝까지 듣기"가 자신의 주특기라고 했던 <셜록>의 박상규 기자님.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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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이 분들의 이야기 속에는, 의외로 어떻게 자신이 이 길로 뛰어들게 되었는지에 관한 어렸을 때부터의 인생 여정이 녹아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에서 꼭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특별한 성품, 재능, 관심사, 장기 등이 강렬한 매력으로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가진 고유한 인생 여정, 그 속에서 자란 유별난 투지와 결기, 이 모든 '참'의 힘들을 기르고 다졌던 남모르는 수고와 투쟁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그분들의 삶으로 전해졌다.

다 똑같은 자질이나 판에 박힌 성질만을 지닌 것은 아니다. 저마다 개인기가 다르고 또 각자의 매력이 있다. 한때 자기 안에 도사리고 있는 거짓의 힘에 지배받아 살아왔다 하더라도, 또 저 안에 숨 쉬고 있는 자기만의 독특한 참의 씨앗을 돋우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로는 거짓이라고 여겨 왔던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마저도 자기 자신뿐 아니라 자기가 만나는 여러 사람들을 '참'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것 역시, 두 분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진실에 복무하고자 하는 그분들의 역사가 곧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역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투르게 써 놓았던 문장이 글을 쓰면서 점점 제 꼴을 갖춰 가는 느낌이다. 진실은 내 안의 거짓을 먼저 보게 하고, 비로소 그 거짓마저도 참으로 이끌리도록 해 준다. 그러니 진실은 내가 이제까지 걸어온 삶의 기록들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게 한다. 빛과 어둠의 그림자, 그 속에서 배어 나오는 거짓의 모습과 유별난 참의 씨앗들, 때로는 거짓마저도 참으로 이끌렸으면 하는 바람, 되도록 숨기고 싶은 부끄럽고 아픈 기억들에도 진실은 있다는 믿음... 이렇듯 진실은 한편으로는 넉넉하게 포용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렁차게 응원하는 것 같다. 
 
 '진실'이라는 주제를 전후사방 다각도로 조명해 보았던 마지막 강의. 최봉실 선생님은 진실에 복무하는 사람은 혁명적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진실"이라는 주제를 전후사방 다각도로 조명해 보았던 마지막 강의. 최봉실 선생님은 진실에 복무하는 사람은 혁명적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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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애초에 썼던 문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되어야겠다. 진실은 결국 나를 추동한다. 내 안의 거짓을 흔들고, 내 안의 참을 일깨운다. 그러면서 진실은 어디론가 나를 이끌어간다. 최봉실 선생님이 마지막 강의 때 꺼냈던 화두가 생각난다. 혁명. 진실은 혁명을 일으킨다. 각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지금 이때 그 자신에게 요청되고 있는 몫이 무엇인지를 붙들어서 마침내는 그것을 꿈으로 삼아 자신과 세상에 혁명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진실은 잠자코 머물러 있는, 누구든 찾아가야 하는 어떤 종착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를 흔들어 깨우고 부추기며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혁명을 추동하는 살아있는 힘인 것이다. 살아있는 힘. 살고자 하는 힘. 우리는 살아있는 힘, 살고자 하는 힘을 가리켜 생명(生命)이라고 부른다. 이제 문장을 완성하고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진실은 생명이다."      
 
 살아있는 힘, 살고자 하는 힘. 진실은 그렇게 생명이다.
 살아있는 힘, 살고자 하는 힘. 진실은 그렇게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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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 Never Enough
 진실, Never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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