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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박초롱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이 6일 나란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두 전직 대법관은 특정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적극 거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징용소송 등을 놓고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벌인 '재판거래' 의혹이 핵심 수사대상임을 염두에 둔 변론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법관은 이 과정에서 "박근혜 청와대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임민성 부장판사 심리로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20분께까지 5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박 전 대법관은 2015년 4월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이 발언은 당시 만남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소송을 청와대와 논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오히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유착 관계를 입증하는 정황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도 나를 국무총리로 보내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이보다 앞서 2014년 10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집한 이른바 '2차 공관회동'에 참석해 청와대·외교부와 징용소송을 지연시키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은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재임 기간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주도한 혐의도 있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한 고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2시께 끝났다.

고 전 대법관은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이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구속기소)보다는 혐의가 무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검찰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를 받는다.

문 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를 은폐하기 위해 일선 형사재판에 직접 개입한 혐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구상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을 결재한 혐의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의 개별 범죄 혐의는 20개 안팎에 달한다. 그러나 그는 부산 재판개입 의혹 등 사실관계가 뚜렷한 일부 혐의를 제외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후배 판사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범죄사실 하나하나가 구속 사안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의 변호인은 "법원은 국민이 희망을 얻고 위로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며 대법관은 바로 그런 권위의 상징"이라며 "전직 대법관이 구속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믿음과 희망이 꺾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법관의 개별 범죄사실이 30개 안팎으로 고 전 대법관보다 많은 점 등을 근거로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15년 비자금 3억5천만원 조성을 주도한 혐의가 얼마나 소명되느냐에 박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가 달렸다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법관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국고손실액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벌금형 없이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반면 두 전직 대법관 혐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죄를 놓고 앞으로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법원이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속영장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부터 7일 새벽 사이에 결정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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