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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이후 가장 느리게 변하고 있는 것이 정치다. 정치 변화를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회 구성 규칙을 바꾸는 일, 즉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다. 노회찬의 삶의 자취를 밟으며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짚어본다. - 기자 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선거제도 개편안 3가지를 마련해 본격 논의를 시작했다. 지역구 의원의 축소 폭 및 선출 방식, 비례의원의 규모 등이 다르긴 하나 세 가지 안 모두 '지역구 의원을 일부 줄이고, 비례의원을 확대한 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하자'는 안이다. 정개특위가 미래지향적 논의를 통해 현명한 합의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야3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정개특위의 논의가 중요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거대 양당의 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정의당 노회찬(왼쪽)원내대표가 지난 1월 6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S&T 중공업 야외 농성장을 방문해 노동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농성장에 있는 S&T 노동자들은 희망퇴직 중단과 임금피크제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 사진은 지난해 1월 6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S&T 중공업 야외 농성장을 방문해 노동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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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대표가 2017년 7월 <시사IN>과의 인터뷰쇼에서 한 말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되면) 그때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아름다운 얘기 많이 해왔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존과 연관된 문제에 있어서도 계속 정의를 얘기하고, 양심을 얘기하고, 혹 불이익이 있더라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그런 야욕, 정치인으로서의 욕망, 정치집단으로서의 야욕을 국민적인 정치개혁보다 더 중시할 건지 이런 것들이 그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회찬 대표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이 당장 내후년 총선의 이해관계만을 따지지 않기를 바란다. 선거로 먹고사는 정당들에게 선거의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 것을 주문하는 것만큼 허망한 일이 없긴 하다. 20년 집권을 공공연히 밝히는 민주당에게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복지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20년 이상 (집권해서) 가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다면 전략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세상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그에 맞는 국가적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개혁은 '지금' 해야 한다.
  
5중 혁명의 시대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겨울비가 내렸던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으로 시민들이 길을 지나고 있는 모습.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겨울비가 내렸던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으로 시민들이 길을 지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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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중 혁명의 시대'다. 촛불이 시작한 정치혁명, 한반도 평화혁명, 미투로 본격화된 여성혁명, 4차 산업혁명과 보호무역주의가 뒤섞인 세계경제혁명 그리고 기후혁명이다.

30년 혹은 70년 만에, 90년 만이거나 사상 처음으로 나타난 새로운 흐름들이다. 어떤 건 좋은 일이고, 어떤 건 나쁜 일이다. 앞의 세 가지는 '4.19혁명'의 '혁명'과 같은 뜻이고, 뒤의 두 가지는 '5.16 군사혁명'이라고 우길 때의 뜻과 가깝다.

이 5중 혁명의 파고를 잘 넘어야 한다.

2016년 총선, 2017년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를 거치며 진행 중인 건 단순히 정당 간 지지율 변동이 아니라 거대한 정치혁명이다. 이게 5중 혁명 중 첫 번째다. 이 혁명의 1단계는 2020년 총선까지다.

총선을 거치며 민주당-한국당 30년 양당체제가 바뀌면 좋고, 자유한국당의 몰락이 뒤따르면 금상첨화(?)다. 국정농단세력이 야당 노릇하는 꼴을 그때까진 참아야 한다. 내각제였다면, 박근혜 탄핵과 함께 국회가 해산되고 다시 총선을 했을 텐데 아쉽다.

70년 만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할 가능성이 커졌다. 5중 혁명 중 두 번째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한반도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하나같이 꿈같은 일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 동북아 공동번영 구상 등 미래의 청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한반도 평화 혁명은 30년 만의 정치혁명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자유한국당을 키운 5할은 '북의 전쟁 위협'이므로, 이게 없어지면 자유한국당은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 삶에도 평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진다.

세 번째 혁명은 여성 혁명이다. 생각해보면, 몇 년 전 '메갈리아 사건'은 페미니즘의의 대중적 확산의 시작이었다. 기존 여성운동가들을 '쓰까페미'로 부르는, 완전히 다른 세대가 출현했다. 대중적 확산은 이들이 주도한다. 미러링은 큰 호응과 반발을 낳았고,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워마드의 활동은 충격을 안겼다.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요구하는 몰카반대 집회 참여자들은 10대, 20대 여성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모바일과 동영상은 일상 자체다. 윗세대가 문자를 읽을 때 영상을 보고, 글을 써 올릴 때 동영상을 업로드 한다. 생활 속에서 쉽게 몰카 영상을 접한다. 자칫하면 자신도 당할 수 있다는 인식. 바로 그 눈앞의 공포가 이들을 행동하게 만들었다.

무서운 혁명

경제혁명은 '4차 산업혁명'과 '보호무역주의 혁명',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삶 전반과 융합되는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된다. 생산성은 수직 상승하고, 효율이 넘친다. 인공지능은 바둑 말고 다른 것도 잘할 것이다. 모든 것은 '스마트' 해진다. 자동화, 지능화한 공장에서는 맞춤형 소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스마트 시티에서 교통, 자연재해, 에너지 등 도시 문제는 대부분 해소된다.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가 포문을 열었다. 중국과의 충돌은 우연이거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1930년에 미국이 스무트홀리법을 만들어 관세를 잔뜩 올린 후 대공황이 더 심각해졌었는데, 그때로부터 90년 만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체제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온 세계경제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

마지막 혁명은 불길하다. 기후혁명은 억지로 붙인 말이고, 사람이 더워서 살 수가 없으니 '기후붕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올여름, 우리는 확실히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2015년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파리회의에서 기후협정을 채택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2℃ 이상 올라가면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므로,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묶어두기 위해 애써보자는 게 골자다.

좋은 혁명의 불확실성
 
 여의도 국회의사당.
 여의도 국회의사당.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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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혁명 돌아가는 꼴은 다들 보고 있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으니, 적폐청산이 요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법부부터 기무사까지, 대한민국 김씨보다 많은 게 적폐세력이다.

한반도 평화의 문은 앞에 서기만 하면 열리는 자동문이 아니었다. 도보다리 회담에 감동하고, 성조기와 인공기가 교차하는 모습에 열광했으나 여전히 운전자는 자갈길을 가야 한다. 다행히 평화의 길이 순조롭더라도, 모든 게 오케이는 아니다. 경제협력이 난개발, 화석연료 사용 확대, 재벌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겨우 만든 사회적 합의가 다시 성장주의로 선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기업만의 평화다.

'남성 민주 시민'들 다수가 낯설어하는 여성 혁명은 다른 운동들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내부에 다양한 흐름이 각축 중이고, 기존 체제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의 호의는 없다.

노예 해방 운동이 그랬고, 참정권 운동, 민족해방운동, 노동운동이 그랬다. 워마드를 소멸시키기 위해서건, 몰카 반대 집회의 '나쁜 슬로건'을 없애기 위해서건 필요한 건 그들을 낳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나쁜 혁명의 확실성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도 논란이다. 한국에선 좌파든 우파든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일자리를 줄이는 기술이라니. 인간은 왜 이런 기술을 혁명이랍시고 자꾸 만드나. 그 전에 왜 어떤 기술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를 줄이는 기술은 마땅히 노동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믿음이 상식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보호무역주의도 그렇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심각한 문제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편을 들 수는 없다. 게다가 보호무역주의 등장의 배경이 세계 경제 패권을 다투는 주도권 경쟁 때문이라는 점이 더 심각하다.

패권 국가간 거대다툼은 늘 전 지구적 차원의 변동을 불러왔다. 챔피언 벨트가 넘어가는 과정에는 혈투가 벌어진다. 1, 2차 세계대전이 그랬다. 그러니 보호무역주의로 생길 한국 경제의 피해를 감당하는 것과 별개로, 세계사적 대전환의 시기를 대비해야 하는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근본적 고민이 정말 필요한 분야는 기후변화다. 지금 각 나라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한 상태인데, 그 정도로는 어렵단다. 유럽에서는 기후 붕괴를 막기 위해 204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한국은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 곳곳에는 사랑보다는 석유가 스며있다. 밥하고, 빨래하고, 출근해서 일할 때 쓰는 에너지는 원천은 모두 화석연료다. 화석연료, 그중에서도 석유 중독에 빠진 생활을 뿌리부터 바꾸는 게 쉬울까. 재벌이야말로 화석연료와 혼연일체다. 재벌 갑질 하나 제대로 못 다루는 나라에서, 재벌의 밥줄을 줄여 나가는 건 가능한 일인가.

정치혁명이 시작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 연좌농성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 연좌농성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단 촉구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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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이 가장 많이 바꿀 수 있는 영역 중에 하나가 민주주의, 그리고 정치라고 생각한다."

올해 4월 노회찬 대표는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창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회찬 대표의 말을 힌트 삼아, 대한민국은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민감해야 할 뿐 아니라, 5중 혁명 전체가 야기할 거대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정치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정당 체제의 정비가 긴급하다.

자유한국당이 건재한 나라를 상상해본다. 그런 나라에서 기무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고, 양승태는 존경받는 대법관이었겠다. 북한은 선거 때 돈 주고 총이나 좀 쏴줄 때 필요한 존재이지, 평소엔 적에 불과하다. 안희정 무죄는 잘못된 일이나 그건 문재인의 사법부라서 그런 것이지, 자유한국당이 페미니스트 정당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면 좋다.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할 세상에서 일단은 기업부터 살려야 하니, 소득주도 성장은 중단하자. 기후변화가 심각하다. 대안으로 핵발전소에 집중하자.

자유한국당이 적폐라 비판받는 건 5중 혁명의 시대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큰 세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당 체제를 정비하자는 말은 세계사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이 시대에 낡은 신발을 일단 갈아 신자는 얘기다.

회사는 실적이 안 좋으면 주주들이 CEO를 바꾼다. 재벌처럼 일부가 계속 회사를 장악하면 당연히 욕먹는다. 동네 이장부터 대통령까지 계속 바꾸는 게 민주주의다. 그러니 이제 정당체제도 좀 바꾸자.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
 
노회찬 "석달치 교섭단체 특수활동비 반납"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부터 석달간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교섭단체 대표로 수령한 국회 특수활동비를 일괄 반납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 사진은 지난 6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부터 석달간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교섭단체 대표로 수령한 국회 특수활동비를 일괄 반납한다고 밝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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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 당시, 정의당 경남 지방선거승리전진대회에서 노회찬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지금 한반도와 대한민국에 없어져야 할 게 두 개다. 한반도에서는 핵무기가 없어야 하고 대한민국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없어져야 한다. (중략) 자유한국당을 없애기 위해 정의당이 만들어졌다."

이 말이 맞다. 최소한 자유한국당의 집권 가능성, 제1당 탈환 가능성을 없애야, 대한민국이 5중 혁명의 파고를 넘는 것도 가능하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최근 다시 상승세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라가 망해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불굴의 35%'가 있었는데, 점차 그 수치에 접근 중이다. 이 정도 지지율이면 자유한국당의 제1당 복귀 및 집권 가능성도 다시 커진다. 30% 이상의 지지율만 있으면, 현행 선거제도에서 충분히 제1당이 될 수 있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면 지지율만큼만 의석수를 보장하니 자유한국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은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자유한국당의 부활을 막는 제1저지선이다.

뿐만 아니라, 5중 혁명의 시대에 사회의 색깔은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다. 그러니, 다양한 색깔의 정당들이 더욱 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병목현상은 사회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 의견의 숨통을 조이면 사회는 질식하거나 크게 반발한다. 통로를 열어놔야, 정치가 정치다워지고, 5중 혁명을 헤쳐 갈 사회적 힘도 생길 수 있다. 선거제도가 개혁되고, 민심이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한국정치의 도약의 계기다. 정치가 도약해야 한반도 평화, 성평등, 경제민주화, 기후 안전 사회가 가능하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그래야 살만해진다.
 
노회찬재단(준) 설립추진
노회찬재단(가칭) 설립 실행위원회는 지난 10월 8일부터 준비위원 구성 및 시민추진위원 모집을 시작했다. 시민추진위원 참여는 노회찬재단 준비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hcroh.org)에서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상구씨는 정의당 교육연수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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