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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만 개혁된다고 대한민국이 개혁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은 일반 국민들이나 사회단체뿐 아니라 재계·언론·종교계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음성적으로는 재계·언론·종교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측면도 있다. 정치권에 영향 주는 이런 분야들에 대한 개혁 없이, 그저 정치권 개혁만 추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또 정치권만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재계는 먹고 사는 것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종교계는 신앙이나 정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정치권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권뿐 아니라 종교계 같은 여타 분야도 함께 개혁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논란이 되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기독교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와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아직 종지부가 찍히지 않은 상태다. 지난 8월 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의 목회세습 결의 유효 결정을 낸 뒤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대한예수교장로회는 통합 총회를 통해 세습 결의 유효 결정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서 재심을 진행하기로 했다. 총회는 세습이 가능하다고 본 교단 헌법위원회의 판단을 거부한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새로 구성되는 총회 재판국에서 결론지어진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 10만 명에 재정규모 1000억 원인 대형 교회다. 게다가 교계 내 영향력도 막강하다. 우리 사회 전체로 봐도 강력한 집단 중 하나다. 

따라서 명성교회 문제는 이 교회만의 문제도 아니요, 기독교만의 문제도 아니다. 명성교회를 믿고 따르는, 최대 10만 명이나 되는 대한민국 국민의 영적 행·불행이 이 교회에 의해 어느 정도는 좌우될 수 있다. 이런 초대형 교회에서 종교 정의와 상반되는 대물림이 벌어지고 있으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다시 불거진 '교회 세습' 논란
 
 명성교회.
 명성교회.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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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교회 세습이 쟁점이 됐다. 이는 명성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회 세습의 역사에 대해 배덕만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의 <한국 교회의 세습-그 뒤틀린 역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 선교의 개척자적 역할을 담당했던 도림교회(통합파)가 1973년에 유병관 목사 후임으로 아들 유의웅 목사를 청빙했다. 1980년대에는 두 교회, 부평교회(1980, 기감파)와 길동교회(1986, 합동파)에서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담임목사가 됐다." - 2013년 <신학과 선교> 제43집에 실린 논문.
 
이 논문에 따르면, 한국에서 기록상 최초의 교회 세습은 1973년에 발생했다. 그 뒤 드물게 나타나던 교회 세습이 본격 문제가 된 것은 1990년대. 이때는 충현교회 세습이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한국 사회에서 교회 세습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그 해에, 충현교회가 교회 개척자 김창인 목사의 아들 김성관 목사를 제4대 담임목사로 결정했다. 그 결과, 교회 안팎에서 극심한 갈등이 발생했고, 교회 세습이 교회적·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던 것이다."-위 논문 중에서.
 
충현교회 사건 이후로 이 문제가 불거진 원인을 위 논문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IMF로 한국 사회 전반에 위기 의식이 고조된 것, 교회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안정적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것, 1970년대에 목회를 시작했던 대형교회 목사들의 은퇴 시기가 집중된 것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하여, 1997년 이후로 교회 세습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세습 교회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의 <종교개혁과 교회 세습>에 이런 두 대목이 있다.
 
"'교회세습반대 운동연대'에 따르면 2017년 11월 현재 143개 교회가 혈통적 세습을 한 교회로, '감리교 세습반대 운동연대'가 2017년 10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감리교 내에서만 194개가 세습교회로, 그리고 <뉴스앤조이>가 이 두 단체의 자료에 더하여 별도로 제보받은 것에 의하면 2018년 1월 현재 350개 교회가 세습 교회로 파악되고 있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의하면 한국 개신교 교회의 수는 7만7966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습교회가 정확히 파악된 것도 아니고 동일 시점에서 비교할 수 있는 자료도 없어 엄밀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파악된 것만 놓고 단순 비교하자면 세습교회 비율은 0.5%쯤 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2018년 4월 <진보평론> 제75호에 실린 논문.
 
대략적 수치만 놓고 보면, 세습 교회 숫자가 전체 교회 숫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하지만 문제는, 세습 교회들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 비중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세습 비판받는 교회의 공통점 

이런 교회는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배덕만의 논문은 "지역적으로, 교회 세습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경인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라면서 "대체로 수도권 현상, 도시 현상임에 틀림없다"라고 진단했다. 수많은 신자, 수많은 국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도권 대도시에서 세습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 유력한 목사들의 교회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 배덕만 논문은 "그들은 대형교회 담임목사뿐만 아니라 교단의 총회장이나 감독을 지냈다"면서 "결국 그들은 자기 교회 내에서 절대적인 권위와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교단 차원에서도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이런 권세와 지위가 교회 세습을 가능하게 만든 현실적 동력이었다"라고 논문은 지적한다.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유력한 목사의 교회에서 일어난다는 점 외에, 세습 교회를 특징지을 만한 또 다른 요인은 그런 목사들의 정치적 성향이다. "세습을 감행한 목회자들은 정치적·신학적 측면에서 대단히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위 논문은 말한다.

수도권의 힘 있는 보수적 목사들을 중심으로 교회 세습이 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세습 교회의 숫자가 적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이들은 소수이지만, 다수를 움직이는 소수다. 이들에 의한 세습을 계속 방치되면, 기독교의 앞날뿐 아니라 한국인 종교 생활의 앞날도 밝아지기 힘들 것이다. 
 
 명성교회.
 명성교회.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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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교회 목사들처럼 세습 교회 목사들도 "하나님의 집으로 오시라"면서 교인들을 교회로 인도했다. 그들은 "오직 주님뿐"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목사들이 '하나님의 집'을 주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도들도 아닌 자기 아들이나 사위한테 물려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교회를 교회와 신도들의 것으로 놔두지 않고 목사 집안에서 대물림한다면, 이런 교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종교적 행복보다는 소수의 세속적 이익을 위한 무대로 전락하기 쉽다. 그런 교회가 많아지는 것은 기독교뿐 아니라 대한민국 차원에서도 분명 불행한 일이다.

교회 세습은 비단 기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어나가 불의한 정치 권력에 저항하던 국민이 막상 일터에 가서는 저임금·중노동을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들인다면, 그가 행사하는 정치적 권리가 그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민주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정치 민주화는 그래서 공허하다.

마찬가지로, 뉴스를 보며 정치인의 부조리를 욕하던 국민이 '하나님의 성전을 가꾸겠다'는 생각보다는 '아들한테 물려주거나 정 안 되면 사위한테라도 주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할 법한 목회자를 존경한다면, 그가 가진 정치적 비판 의식이 그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되는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정의에만 민감하고 종교적 정의에는 둔감하다면, 그것이 과연 균형 잡힌 정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앙생활은 내세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현세를 위해서도 긴요하다. 세상의 행복에 종교가 기여하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절대 사유화하면 안 되는 교회를 상속재산처럼 생각하는 목회자가 늘어난다면, 교회가 세상에 선사할 수 있는 행복의 크기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 세습 문제는 기독교를 위해서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행복을 위해서도 꼭 개혁되지 않으면 안 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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