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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에 정부, 정당, 시민단체는 투표참여를 독려한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선거할 권리와 선거할 의무를 내세운다. 정당은 자신의 승리를 위해 지지자들에게 투표하라고 요구한다. 수박겉핥기식,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투표참여운동인 것이다. 선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단순하고 이기적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체계적 설명이 가능한가?

투표의 기원과 의의

민주주의의 이상은 직접민주주의이다. 그러나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더 이상 직접민주주의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실시한다고 할지라도 의사결정이 더디거나 어렵게 되는 등 비능률의 위험이 더 크다. 그 결과 정부 형성과 교체(대통령 선거), 대표자 선출(국회의원 선거), 통치의 근본조건변화(헌법 제개정) 등과 같은 핵심적 권리 이외 권리 대부분을 대표자에게 위임하는 방식이 대두되었다.

현대 민주주의는 국민이 스스로 정치를 행하는 정치구조가 아니다. 자신의 역할을 대표자를 선출하는 투표로 제한하고, 대표자가 통치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온 산물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체제를 간접민주주의(indirect),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엘리트민주주의(elite), 혹은 위임민주주의(delegative)라고 명명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출발점은 대표자가 되려는 자들이 벌이는 지도력경쟁(leadership competition), 그리고 이념․지역․세대 등과 같은 기준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대표자를 선택하는 투표(vote)이다. 선거가 끝나면 대표자는 기능인인 공무원을 선발하여 자신이 약속한 부분을 이행한다. 따라서 지도력경쟁과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동시에 유지수단이 된다.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

먼저 민주주의의의 실현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국민이 선택한 대표자가 기능인을 선발하여 국민에게 봉사하고, 경쟁적 정치조직인 정당이 만들어낸 정책대안 중 하나를 국민이 선택하는 정치체제이다". 대표자든 정책이든 선거를 통해 선택되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수록 국민의 의사에 가깝게 된다. 반대로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국민의 의사에서 멀어지게 된다. 민주주의는 '투표참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투표를 보는 시각은 의무에서 권리까지이다. 현재 32개 국가가 투표를 의무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19개국이 강행규정을 가지고 있다. 의무투표제 국가는 투표에 대한 국민의 권리보다 의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투표를 강제되지 않는 의무로 간주한다. 투표거부도 의사표현으로 본다. 의무보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이다.

의무와 자율이 병존하는 상황을 볼 때, 어느 한 부분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 중요한 점은 투표가 국가존립의 출발점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참여하는 시민이 되는 정치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다음으로 민주주의의 유지이다. 이상적인 '대표자 선출'과 '정책결정방법'은 국민 대부분의 의사가 표출되고 집약될 수 있는 선거제도에서, 국민 대부분이 투표하여 대표자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모든 이념, 지역,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와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의무투표제도에서는 바로 여기에 근접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지만, 자율투표제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자율투표제도에서 최선은 이념, 지역, 세대의 비율에 비례해서 투표가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투표율이 높거나 낮을수록 특정한 이념, 지역, 세대의 투표가 낮아지거나 높아지게 된다. 대표자와 정책은 높은 투표율을 보인 측이 결정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출현하는 결과는 민주주의의 외피를 걸친 독재인데, 이를 부정할 수단이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투표의무제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유를 지향하는 인간의 본성을 볼 때, 강제에서 자유로의 전환은 가능하지만 자유에서 강제로의 전환은 어렵다. 이보다 "민주주의의 시작과 실현은 투표로부터 나온다."는 사고를 가진 시민의 출현이 더욱 더 쉽다. 학교, 시민사회, 정당, 정부의 민주주의 교육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투표 불참에는 근거가 없어

투표하지 않는 사람이 내세우는 이유는 한결같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① 누구를 찍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 않다. 나와 같은 생각이 모여 대표자와 정책이 결정된다. ② 투표가 중요하지 않다. 그렇지 않다. 나의 투표용지가 민주주의의 시작과 유지의 근거가 된다. ③ 기권도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다. 아니다. 기권자의 의사를 감안하는 대표자는 없다. 한마디로 투표는 민주주의의 시작이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이고, 민주주의를 유지시키는 수단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투표에 참가하면, 직접민주주의에 버금가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강제를 배제하면서 강제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이 바로 너와 내가 투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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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 현, 국정과제 평가 전문위원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는 시민이다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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