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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저녁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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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전정을 마칠 무렵
          <만종> 같은 저녁이 오고
                 -디카시 <텃밭에서>

이번 학기 고향집에서 지내며 나름의 패턴이 생긴다. 그간 미뤄 두었던 텃밭의 소나무 전정을 10여 일 이상 걸쳐 완료했다. 텃밭에 어린 소나무 묘목을 100 그루 정도 심은 것이 이제 키보다 훨씬 크게 자랐다. 소나무 심은 지도 10년은 더 된 것 같다. 몇 번 조경 전문가에게 맡기기도 했지만, 금방 또 자라 무성해지니 감당이 안 됐다. 경비도 엄청 들기에 자력으로 해보기로 했다.

전혀 조경에 대한 지식이 없지만 조경 전문가의 어깨 너머로 보고 시도해보니 나름대로 모양이 잡히는 것 같다. 집 앞의 텃밭에 소나무를 비롯하여 매화나무, 배, 자두, 감 등 다양한 과일나무가 심겨져 있다. 며칠 전에도 고성 산림조합 나무시장에 가서 또 과일 묘목 10그루를 사서 심었다. 틈이 날 때 간간이 제초 작업을 하지만 자라나는 풀을 감당하기기 여간이 아니었다.

어느 새인가, 무성해진 잡초들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기 꼭 좋게 된다. 동네 어느 어르신은 어머니가 계실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동네 미관을 해치게 텃밭을 방치해 두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런 말을 들은 것도 있고 해서 소나무 전정을 하고, 텃밭 유휴지에 유실수도 더 심으며 텃밭을 이제 본격적으로 관리해야겠다 다짐을 한다.

 담벼락 앞에 조성했던 작은 텃밭을 다시 일구어 호박, 케일, 당귀 등의 어린 묘목을 심었다.
 담벼락 앞에 조성했던 작은 텃밭을 다시 일구어 호박, 케일, 당귀 등의 어린 묘목을 심었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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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의 고성 고향집 마당 한 가운데 자두나무에도 새 잎으로 무성하고 잔디도 푸른 기운이 완연하다.
 봄날의 고성 고향집 마당 한 가운데 자두나무에도 새 잎으로 무성하고 잔디도 푸른 기운이 완연하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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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 텃밭의 케일 묘목.
 마당 텃밭의 케일 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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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중순이 되자 금붕어들이 수초 주변에 산란을 한다.
 4월 중순이 되자 금붕어들이 수초 주변에 산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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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마시며 글 쓰기 좋은 고성 읍내 조용한 커피숍.
 커피 마시며 글 쓰기 좋은 고성 읍내 조용한 커피숍.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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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해거름 무렵 전정을 시작해 모두 마치니 저녁의 예배당 불빛이 빤히 빛나는 것이 지나온 생 모두 신의 은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무릎을 꿇고 기도라도 하고 싶었다. 내친 김에 어제는 고향집 마당에도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두었지만 방치했던 것을 다시 흙을 파고 잡초를 제거하고는 호박, 토마토, 케일, 당귀 등을 심었다.

마당의 작은 연못에는 금붕어 20여 마리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그저께는 마산에 들른 김에 수족관에서 금잉어 두 마리를 사서 넣었다. 4월 중순이 되니 연못의 금붕어들이 수초 주변에 모여 들며 산란을 시도한다. 작은 연못도 하나의 작은 우주다. 해마다 새 명명이 태어나고 또 죽어가기도 한다. 생로병사는 작은 연못에도 예외 없이 진행되는 것을 본다.

중국 정주에 있을 때는 늘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공기가 안 좋아서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는 때가 많았다. 정주는 인구 1000만의 하남성의 성도라 자동차도 인구도 많고 더구나 대륙이라 주변에 산도 없어 공기가 좋을 리가 없다. 고성 고향집 주변이 산으로 둘러 있고 인근에 옥천사 연화산도 있어 틈틈이 등산도 하니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다.

고성 고향집에 머물며 재충전

오후에는 고성읍내 커피숍에 커피도 마시며 글도 쓰고 지인들도 간간이 만난다. 고성읍내에도 작은 커피숍이 아주 많이 생겼다. 그런데 그곳에서 글을 쓰기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오래 자리를 차지 할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최근 규모도 크고 한적한 커피숍을 하나 발견해서 즐겨 애용한다.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 다음 학기에 다시 중국으로 갈 예정이지만, 이번 학기는 고성 고향집에 머물며 디카시연구소 일도 보고 재충전하며 때로 해외 여행도 하며 뜻도 잘 모르고 봤지만 가장 강렬한 기억의 영화 <로마의 휴일> 같은 생의 최고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2016년 3월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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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