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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그저 대량 사육하는 것을 애니멀호더라고 한다. 사실상 동물을 '수집하여' 숫자만 늘리는 행위에 가까운 셈이다. 이는 동물의 삶을 고통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환경 위생, 이웃에 대한 피해까지도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다.

작년 10월, 마산에서 신고된 고양이 애니멀호더 사건은 스무 평 남짓한 공간에 100마리 고양이를 방치한 것으로 그 정도가 심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동물권 단체 케어 등의 도움으로 기존의 방치 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고양이들은 여전히 막막한 현실에서 막연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 쉼터를 청소하거나, 사진을 찍어 입양처를 구하거나, 치료비를 보태줄 도움의 손길이 단 하나라도 더 필요한 상태다.

 애니멀호더 신고 당시 쉼터의 모습
 애니멀호더 신고 당시 쉼터의 모습
ⓒ 동물권단체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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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호더의 쉼터, 구더기가 들끓던 그곳 

처음에는 그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유기묘를 돌보는 고양이 카페처럼 운영하던 쉼터 공간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생각보다 너무 많은 고양이들이 집단 사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들어가 본 쉼터는 이미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였다. 최초 신고자인 박영희씨가 처음 쉼터를 방문했던 작년 9월, 고양이 100여 마리는 구더기가 끓고 수백 마리 파리가 날아다니는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배설물 청소가 안 되어 화장실이라고 할 만한 공간도 따로 없었다.

일단 쉼터 주인에게 며칠의 시간을 줄 테니 청소도 하고 아픈 아이들은 병원에 데려가라고 일렀다. 단기간에 가능할 리 없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사료를 후원하고,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난로나 전기장판 등을 설치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쉼터 주인은 여전히 100여 마리 고양이들을 배설물 가득한 공간에 방치한 채 늘 어딘가 사라져 있었고, 반복적인 거짓말만 늘어날 뿐 고양이들이 지내는 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결국 그 와중에 태어난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허피스(바이러스의 일종)로 눈이 아예 녹아버린 것을 본 박씨가 그 길로 동물권 단체 케어에 신고하여 이후 주인에게 쉼터 포기 각서를 받았다. 한정된 공간에 100여 마리 고양이를 키우면서 최소한의 생존 환경조차 제공하지 않은 것이니, 쉼터를 운영한 것이 아니라 결국 애니멀호더였던 셈이었다. 모두 중성화도 안 되어 있고,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은 서로 병을 옮기고,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던 100여 마리 고양이들은 그렇게 애니멀호더에게서 구조되었다.

하지만 고양이들에 대한 포기 각서를 받았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누군가는 그 고양이들을 살려야 했다. 100여 마리 고양이들을 중성화하고, 치료하고, 입양 보내야 하는 일이 남았다. 최초 구조자인 박씨와 사정을 알게 된 봉사자가 부산에서 마산 쉼터까지 오가며 고양이들을 돌봤다.

"퇴근하고 쉼터에 가면 밤 11시 반까지 청소하고 밥만 주고 돌아와도 시간이 빠듯했어요. 다행히 당시 케어에서 공간 유지를 위해 임대료 등을 지원해주었고, 부산 동학방의 도움으로 중성화도 시킬 수 있었지만, 워낙 상황이 열악했던지라 모든 아이들을 치료하고 입양 보내기는 여전히 손길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치료비가 부족해 치료가 미뤄지고 있는 쉼터의 고양이들
 치료비가 부족해 치료가 미뤄지고 있는 쉼터의 고양이들
ⓒ 동글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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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애니멀호더에게 구조된 100여 마리 고양이들을 위한 쉼터는 공식적인 보호소가 아니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6개월 내에 100여 마리 고양이를 모두 입양 보내는 것을 목표로 단기 임대료를 내고 두어 명의 소수 봉사자들 손에 의해 근근이 운영되고 있는 것. 상주하는 운영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봉사자들이 직장을 다니며 시간을 내어 들르는 것이다 보니, 최소한의 청소를 하거나 밥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나마도 프로젝트를 통한 유지 기한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 한 달 후인 10월이면 더 이상 쉼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당초의 목표는 6개월 내에 100마리 모두를 입양 보내는 것이었으나 9월 중순인 현재, 쉼터에서 입양된 고양이는 20마리가 채 안 되고, 20여 마리는 당분간 임시 보호처에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남아 있는 46마리는 여전히 그 좁은 공간 내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고, 개중에는 아직 치료를 받지 못해 입양을 위한 홍보조차 할 수 없는 고양이도 많다. 케어 등에서 치료비를 모금했지만 워낙 그 수가 많다 보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도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쉼터의 고양이들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쉼터의 고양이들
ⓒ 동글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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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무책임한 사육이 100여 마리 고양이를 고통스럽게 만들었지만, 그 고양이들을 살리는 데에는 수많은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사람의 잘못으로 고통받은 죄 없는 동물들에게 사는 것 다운 삶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앞으로 한 마리라도 더, 평범한 환경에서 사랑을 쏟아줄 가족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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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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