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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 임옥상, <여기, 무릉도원> 작품과 함께
▲ 임옥상 임옥상, <여기, 무릉도원> 작품과 함께
ⓒ 임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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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는 흙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지요. 봄에 들녘이나 숲에 가면 스스로 역사를 쓰는 생명을 만나게 되는데 그게 노래처럼 들려요. 그러면 그 에너지가 나에게로 오고, 나는 그 에너지를 받아서 다시 새로운 무엇으로 만들게 되는 거지요."

임옥상. 지난해 촛불 광장에서 '촛불 퍼포먼스'로 시민들과 함께했던 민중미술 1세대 작가. 그의 낮고 조용하되, 한 음절 한 음절 힘이 실린 목소리가 내 귀에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그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 프랑스 앙굴렘 미술 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운동의 중심이었던 '현실과 발언' 창립멤버로 끊임없이 미술을 통해 사회 참여를 해왔다.

때로는 좌파로 몰리는 리얼리즘 미술 혹은 민중미술가로서의 활동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소박하게 웃으며 답했다.

"싸울 때 더 동력이 생겼습니다. 삶의 정당성, 존엄성 등의 가치들을 위해서 이 정도면 내가 태어나서 그나마 역할을 하는 것 같았지요. 독재나 부정한 권력, 불의 그런 것들에 대해 대척점을 세우고 나름 역할을 하려 노력한 것뿐입니다. 도리어 그 과정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큰 힘이 됐고 삶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가면무도회 혼합재료, 가변크기
▲ 가면무도회 혼합재료,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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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화택-불 중이에 파스텔
▲ 삼계화택-불 중이에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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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일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6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시회이다. 제1전시장에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김일성, 김정일, 트럼프, 아베 등 14인의 국가 원수의 초상을 대형 가면으로 만든 설치작품으로 '가면무도회'가 전시된다. 제2전시장에서는 백남기 농민의 물대포 사망 사건을 다룬 '상선약수 – 물 2011', '용산참사'를 다룬 '삼계화택 – 불 2011'이라는 작품을 통해 물과 불의 대립을 드로잉 작품들로 선을 보인다.

"어떤 작품이든 작가에게는 소중하지요. 그래도 이번 전시에서 제일 제 마음을 울리는 작품은 '여기 광장에, 서'입니다. 광장에서의 그것은 각색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작가가 그대로 보여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작가로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줘야만 하는 것이라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공력을 많이 들였지요. 광장의 그 힘들이 제게로 전달 됐을 때 제가 힘을 받아서 다시 작업을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여기, 흰꽃 캔버스에 혼합재료
▲ 여기, 흰꽃 캔버스에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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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개의 캔버스에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를 흙으로 그려내고, 무수한 원형 패턴으로 촛불파도를 묘사한 작품에 대해 특별히 애정을 보이는 모습에서 그가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을 얼마나 따뜻한 눈으로 보았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예술가에게는 어떤 정파냐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좌파, 우파'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는 예술가들에게 본질적으로 맞지가 않죠. 그렇기에 진정한 작가라면 어떤 시대라 할지라도 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또 작가들은 각자의 가치관과 미학을 통해 활동하는데 '내가 어떤 세상을 보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자기 나름의 세상을 꿈꾸는 자로서, 항상 '내가 누구인가'를 질문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진정 내가 꿈꾸는 세상을 어디 있는지 고민하면서 한 발짝씩 나가야 하는 겁니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사자성어가 스쳤다.

한바람이라고도 불리는 임옥상. 서정주 시인이 자신을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고 했지만, 똑같은 바람은 다르게 사람을 키워냈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천착하면서 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테다. 1993년과 1994년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 대표를 지내기도 한 그는 젊은 후배 작가들에게 많은 희망을 걸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서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삶이 미술이고, 미술이 그의 삶이기도 한 그것을.

민들레 꽃씨 당신 캔버스에 혼합재료
▲ 민들레 꽃씨 당신 캔버스에 혼합재료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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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돌아 보는 동안 유난히 아프게 눈에 들어오는 고 노무현 대통령 밀짚모자 속 빼곡한 민들레 홀씨 하나가 내 가슴 속에 날아들면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

임옥상 개인전 '바람 일다'는 가나아트센터(서울시 종로구 평창30길 28)에서 9월 17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꼭 시간을 내어 '내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면서 작가가 꿈꾸는 세상과 교감을 나누어 본다면 더 없이 좋은 가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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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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