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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만나 잘 살기 위해선 서로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내조만큼 외조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자신의 반려자를 위해 노력하는 '외조의 끝판왕'들을 만나봤습니다. [편집자말]
"다녀올게."

아내가 비행을 떠나고 나면 본격적인 집안일이 시작된다. 그래, 오늘은 빨래를 하자. 크기 별로 사둔 망에 용도와 색으로 옷을 구별해서 집어넣는다. 속옷은 속옷끼리, 면은 면대로. 바지나 셔츠 같은 것들은 지퍼와 단추를 채워 옷이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 세탁기를 가득 채우면 세탁력이 떨어지니 70퍼센트만 채워 넣는다. 피부에 순하다는 세제를 두 컵을 넣고, 일일이 향을 맡아 본 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섬유유연제를 부어준다. 세탁이 끝나고 헹굼이 시작될 때 자동으로 옷감과 섞일 것이다. 이제 끝나고 널기만 하면 된다. 다음은 뭘 하지? 집안일은 끝이 없다.

이제 결혼 4년 차에 들어간 우리 부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부 생활과 약간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요즘 세상에 외벌이도 신기하게 보는데, 아내가 바깥일을 하고 남편이 집안일 맡아서 한다면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놀란다. 그리고는 대부분 말을 더듬으며, 아내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남편이 회사에서 잘리고 어쩔 수 없이 가장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난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시작한다.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난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시작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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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4년 차 승무원으로 한 달에 반 이상 집을 비운다. 나는 집에서 요리와 빨래 그리고 함께 사는 개와 고양이를 돌본다. 가끔 번역과 과외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낸 지 1년 정도 됐다. 그 전까지는 10년 차 학원 강사 및 통역과 번역가였다. 서울 시내 번화가의 토익 강사를 그만두고 주부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내 덕분이었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2012년, 내 나이 서른 하나, 아내는 스물 아홉. 당시 번역 및 통역을 하면서 기자 시험을 준비했었다. 같은 학원에서 만난 아내의 목소리와 글솜씨에 반했던 내가 연락처를 물으면서 우리의 연애는 시작됐다. 시작하는 연인답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언제나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점이었다.

아마 그래서 나와 고맙게도 결혼해 주신(?) 것이 아닐까? 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님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운 집안의 장남이었다. 학원에 다니면서도 일을 해야 했고, 결국 박봉인 기자로는 답이 나오지 않아 과외와 학원강사로 진로를 틀어야 했으니까. 2년의 연애를 마치고 일반적으로 피해야 하는 조건인 나와 혼인 신고를 올리며 아내는 말했다. 이제 혼자 아닌 둘이니 언제나 같이 하자고.

그리고 2년 전, 내가 정신적인 한계에 부딪혀 학원을 그만둘 때도 아내는 같은 말을 해줬다. 둘이 함께라고. 내가 힘들면 자기가 벌면 되고, 자기가 힘들면 내가 벌면 된다며 나를 챙겼다. 가족은 같이 만들어가는 거라며.

그렇게 난 집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집안일은 전혀 낯설지 않은 일이라 크게 어려움은 없다.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컸기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직접 밥을 해서 먹었고, 빨래와 청소를 했다. 거기다 스무 살에 외국으로 유학을 가 혼자 살았기에 인생의 절반 이상을 자취로 살았다. 

우리 둘은 괜찮지만, 주변에서 신기해하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혹시 아내가 이런 시선에 스트레스받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어 묻는다. '내가 집에 있어서 이상해?' 그럴 때마다 아내는 뭘 이상한 걸 물어보냐는 표정을 짓는다.

'아내의 꿈'도 소중하다

 내 꿈 만큼 아내의 꿈도 소중하다. (사진은 드라마 <공항가는 길>의 한 장면)
 내 꿈 만큼 아내의 꿈도 소중하다. (사진은 드라마 <공항가는 길>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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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는 꿈이 있다. 지금 하는 승무원이 경력의 끝이 아니라 발판이 되기를 원하고, 지금도 어학 공부를 하며 노력하고 있다. 난 아내가 꿈을 향해 걷는 길에 도움이 되고 싶다. 당연히 내가 가진 꿈도 있지만, 내 꿈을 이루는 것이 최우선은 아니다. 아마 아내가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잘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누가 집안일을 하고, 누가 바깥일을 하는 역할 분담은 부부 사이에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하면 되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아닌, 서로를 위해 산다는 마음이 아닐까.

나만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결혼은 애초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 후의 삶은 '개인'이 아닌 '우리'로서 살아가야 하니까. 언젠가 아내가 일을 그만두면 아마 내가 밖에 나가 할 것이다. 아내가 밖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면 맞벌이가 될 것이고, 언젠가 아이가 생겼는데, 아내도 일한다면 내가 일을 그만두면 된다. 우리 가족의 삶은 그렇게 돌아갈 것이다. 

내일은 아내가 비행에서 돌아오는 날이다. 마른빨래를 개어놓고, 청소기를 돌릴 것이다. 비행 후에 항상 몸이 축나는 아내를 위해 샤부샤부를 만들어주려 한다. 미리 장을 봐서 냉장고에 재료를 채워 놓을 생각이다. 아내는 늘 그렇듯이 내가 만든 요리가 제일 맛있다며너스레를 떨며 먹어 줄 것이고, 내가 청소한 방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아마 이런 게 주부의 행복인 것 같다.

[아내의 글] 승무원 아내, 주부 남편...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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