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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빛도 새어들지 않은 새벽, 갑자기 신랑이 침대에서 일어나서 부스럭거리더니 현관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어디 나가는 건가? 이상한 느낌에 실눈만 슬쩍 떴는데 심상치 않은 목소리로 신랑이 말했다.

"현관문이 열려 있었나봐. 제이는?"

무슨 일인가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전날 밤에 현관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고, 잠금을 먼저 누른 후에 닫은 것이었다. 문을 밀면 그대로 밀리는 상태였다. 그런 줄 모르고 평소처럼 잠이 들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보니 아리는 여느 때처럼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 자고 있었지만 제이가 보이지 않았다.

 호기심 넘치는 고양이 제이
 호기심 넘치는 고양이 제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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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잃어버리는 일이 나에게도 생기다니 

설마, 설마 하는 마음에 일단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제이는 집안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 어젯밤에 자기 직전까지는 내 옆에 있었는데, 새벽에 문을 열고 나간 게 분명한 듯했다. 문이 안 닫힌 걸 왜 몰랐을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자책할 시간도 아껴야 했다.

15층까지 있는 복도식 아파트에서 우리 집은 12층이었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천천히 생각해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 유유히 아파트 밖으로 나갔을 리가 없었다. 계단으로 내려갔다 해도 열두 층을 내려가다가 1층에서 멈춰 밖으로 나간다는 것도 이상했다. 어젯밤 우리가 잠들자마자 나갔다고 해도 아직 잃어버린 지 6시간이 채 안 된 셈이니, 멀리 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우선 아파트 안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복도에 있는 유모차나 항아리 사이까지 자세히 살피며 한 층씩 찾아다녔지만 새벽의 아파트 복도는 아무런 생명의 기척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아직 깜깜해서 휴대폰 손전등 기능을 켜 들고 다녔다. 아침이 와서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무서워서 더 꽁꽁 숨을까봐 마음이 조급했다.

혹시나 해서 경비 아저씨께 제이 사진을 보여드리며 '혹시 이런 고양이 못 보셨어요?' 했더니 '여긴 고양이가 너무 많이 다녀서 몰라요. 지하에도 몇 마리 있고' 하며 난색을 보이셨다. 종종 길고양이가 아파트 지하로 내려가는 것을 봐서, 아마 다른 길고양이와 같은 공간에 있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지하까지 내려가 살펴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다른 집으로 들어간 건 아닐까 싶어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전단지를 붙여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 사진을 크게 뽑아 경비 아저씨에게 허락을 받고 엘리베이터에 붙이고, 혹시 몰라 버스 정류장에도 붙였다. 포인핸드(유기동물, 실종동물 어플)에 실종신고를 올리고 나니 제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조금씩 실감났다. 그러는 동안 점점 날이 밝아왔다.

 유기동물 어플에 올린 실종신고
 유기동물 어플에 올린 실종신고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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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플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전단지 일부
 어플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전단지 일부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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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시간대에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혹시 아파트 주민이 제이를 발견했거나 보호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다소 사그라졌다. 아파트 근처 화단을 중심으로 다시 제이를 찾기 시작했지만 없었다. 당황하면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삼키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고양이 탐정을 떠올렸다.

고양이 탐정을 부르면 도움이 될까 

고양이 탐정은 잃어버린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고양이의 습성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분석, 그리고 경험을 통해 고양이를 찾는 것인데, 사람이 하는 일이니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고양이 탐정의 도움을 받아 고양이를 찾았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보통 의뢰했을 때 약 15~20만 원, 찾았을 때 사례비가 20만 원 정도로 비용이 저렴하지는 않다. 상황에 따라, 고양이 탐정에게 의뢰할 비용을 전단지 사례금으로 제시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잃어버린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무언가 도움을 받으면 제이를 찾을 수 있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아 연락을 취해보기로 했다. 제이가 건강한 고양이가 아니기 때문에,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컸다.

전국적으로 고양이 탐정은 10여 명 정도가 있다고 하는데, 인터넷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고양이 탐정은 네다섯 명 정도인 듯하다. 후기도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주인을 비난하는 데 시간을 다 쓴다고 하고, 누구는 '가망이 없다'며 그냥 가버렸다 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인상이 좋아 보이는 새에덴 탐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기, 고양이가 새벽에 집을 나간 것 같은데… 오늘 와주실 수 있나요?" 
"아이고. 당연히 가야죠. …혹시 삼색이인가요?"

헉, 맞아요. 깜짝 놀라 대답했더니 탐정님은 이상하게 요즘 삼색이들이 말썽이라며 몇 가지를 더 물어보셨다. 몇 살이고 성별은 무엇인지, 몇 시쯤 아이가 나갔는지, 주거 환경이 어떤지, 어디어디 찾아봤는지, 평소 아이 성격이 어떤지 등을 대답하자 우리 집 같은 복도식 아파트라면 더 찾기가 쉽다고 단언하셨다. 거의 100% 찾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 말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놓여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보통 12층에서 잃어버린 고양이가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도 있을까요?"
"그럴 확률은 별로 없죠. 아파트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다 찾아봤는데……."

일단 탐정님이 금방 출발해 주시기로 하고, 아파트 주변을 맴돌고 있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아파트 15층으로 올라갔다. 신랑과 함께 세 번은 오르내렸던 것 같지만 어쨌든 탐정님 말을 들어봐도 지금은 아파트 내부가 제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비상계단으로 뱅글뱅글 돌아 내려오던 나는 사실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몸과 눈만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는데, 정말 믿을 수 없게도 9층 계단에서 식빵 굽는 자세로 가만히 누워 있는 제이를 발견했다. 어디 숨어 있지도 않고 그냥 계단 한쪽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제이는 내가 '제이야' 하고 부르자 까맣게 커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대개 가출한 고양이들은 극도의 긴장 상태라 집사가 다가와도 도망가거나 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스로도 멘붕 상태이기 때문에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면서 겁에 질려 있는 것이다. 다행히 제이는 내가 담요로 감싸 안자 가만히 내 품에 안겼다. 밤새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다행이고 미안한 마음이 울컥 몰려와 집에 와서도 제이를 내려놓지 못했다.

일단 탐정님에게 다시 연락을 해 고양이를 찾았다고 하니, 너무 다행이라고 자기 일처럼 축하해 주시며 선입금 비용을 그대로 다시 돌려주셨다. 다음에 또 연락드릴 일은 절대 없어야겠지만… '꼭 찾을 수 있다'고 확신을 주셨던 게 정말 감사했다. 붙였던 전단지도 세 시간 만에 다시 떼고, 경비 아저씨에게도 고양이 찾았다고 알려드리고, 포인핸드 실종 신고도 내리고, 다행히 9시간여 만에 제이의 가출은 마무리되었다.

우리 집이 고양이를 잃어버릴 수 있는 환경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집사의 부주의 탓에 고양이 가출 사건은 이렇게 뜻밖에도 일어난다. '우리 고양이는 절대'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웠다. 그래도 그 시간이 지나 '그런 일이 있었다'고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앞으로 문단속에 소홀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마음이 무너지던 그 와중에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집사가 언제 찾으러 오는지만 기다리고 있었을 제이의 모습마저 귀여웠던 걸 보면 이 호기심쟁이 사고뭉치를 향한 콩깍지는 별 수가 없나보다.

 가출 후 무사히 귀가한 고양이 제이
 가출 후 무사히 귀가한 고양이 제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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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잃어버렸을 때 기억해야 할 것

1. 잃어버린 지 얼마 안 되었을수록 찾을 확률이 높으니 빨리 찾기 시작할 것. 
2. 고양이는 무조건 집 가까운 곳에 있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 숨어 있을 확률이 높으니 고양이의 시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고양이 탐정들은 공통적으로 옥상, 아파트단지 화단 풀숲, 지하주차장, 자동차 아래, 정자나 평상 아래 등을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3. 한번 찾은 곳이라도 다시 찾아봐야 한다. 
4. 평소 좋아하는 간식이나 장난감을 들고 찾는 것도 좋다. 다만,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지 말 것. 집사의 목소리를 듣고도 긴장 상태라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평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러봐야 한다. 
5. 잃어버린 집 근처와 가까운 동물병원에 모두 전단지를 붙인다. (대부분의 동물병원에서 전단지를 붙여준다.) 고양이의 사진과 사례금이 잘 보이게 만드는 것이 정석이다.
6. 근처 유기동물 보호소에 문의해둔다. 실종묘가 보호소에 들어간 걸 미처 모르고 있다가 공고기한이 지나 안락사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당황하지 말고, 울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스스로도 놀라 긴장 상태로 집사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잘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brunch.co.kr/@cats-day)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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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에디터 sogon_about@naver.com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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