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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mpi 선셋을 즐기는 사람과 즉흥 연주회를 하는 여행자들, 현지인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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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사람  함피의 풍경을 배경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은 또 하나의 영감이 된다.
▲ 그림 그리는 사람 함피의 풍경을 배경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은 또 하나의 영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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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것을 즐기는 성숙한 여행자들

해 질 녘, 그곳에 가면 온 신경에 신선하고 편안한 자극을 주는 풍경들과 함께 그의 등이 눈에 들어왔다. 함피(hampi)에 머물고 있는 동안은 거의 매일 그 산 구릉에 가서 사람들을 관찰하다시피 했으니 그의 해 질 녘 일상도 그곳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나중에 네 사진을 찍었노라 솔직하게 말을 했다. 예상했듯이 그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이 직업은 아니었으나,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은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았다. 명상을 하는가 하면, 많은 시간을 아웃도어 활동으로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지천에 유적지가 있는 곳이니 적당한 장소였다. 몇몇은 모여서 음악을 연주했다. 그 또한 해가 질 즈음이면 따스한 기운과 겹쳐져 조용한 마을을 경미한 흥분으로 들썩이게 했다.

대부분이 모르는 사이였지만, 자신의 악기를 가지고 올라온 현지인(악기 교습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도 있을 것이다.)과 악기를 지닌 외국인 여행자들이 모여 즉흥 연주회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런 것들로 인해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의 지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조금만 노력하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루 지역을 가르는 강을 배를 이용해 건널 수 있다. 멀리 유네스코의 지정유산인 함피사원이 보인다.
▲ 나루 지역을 가르는 강을 배를 이용해 건널 수 있다. 멀리 유네스코의 지정유산인 함피사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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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
 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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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아름다운 외계인 것처럼 보이는 자연을 가진 함피는 지천에 깔린 유적까지 더해져, 여행자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갈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정적인 곳이기에, 당연한 자연의 움직임에 집중을 하는지도 몰랐다. 매일 산에 올라가 본 선셋이지만 질리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리라.

선셋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일어나는 일인데 도시에서는 보기가 왜 그렇게 힘든 걸까. 어쩌면 함피라서 가능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어쩌면 내가 일상을 떠났다는 자체가 당연한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떠남을 권장한다.

함피의 자연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풍경.
▲ 함피의 자연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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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서 짜이 파는 동네 아이들

여행자들이 자주 모이는 그 돌산기슭은 그렇게 험난하지는 않았다. 하루 종일의 태양열을 받은 뜨끈한 바위를 디딜 수 있는 발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오르를 수 있는 높이였다. 그 곳엔 터줏대감 같은 이들 두서너 명 정도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짜이(홍차와 우유, 인도의 향신료를 함께 끓인 음료)를 파는 아이들이었다.

어쩌면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다 했는지, 저 보온통을 들고 이곳까지 올라와서 장사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 신통방통하기도 하고 그들만의 비즈니스를 하는 모습이 노는 듯, 권하는 듯 굉장히 쿨해 보였다고나 할까. 다행히 장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영어를 구사했기에 그들을 본 첫 날, 짜이를 사 마시며 친구가 되었다. (아쉽게도 짜이의 맛은 정말 별로였다.)

선셋 선셋을 기다리는 사람들.
▲ 선셋 선셋을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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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을 기다리는 사람들 선셋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함피의 장점.
▲ 선셋을 기다리는 사람들 선셋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함피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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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짜이를 권하는 소년에게 얘기했다.

"너무 더워!. 혹시 비즈니스를 좀 바꿔보는 건 어때?"
"비즈니스?"
"그래 네가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 말이야. 짜이가 아니라 레몬티로 바꿔봐. 아이스 레몬티로."
"레몬티?"
"응! 이거 따뜻하게 짜이를 보온할 수 있으면 차갑게도 되지?"


그가 들고 있던 보온병을 짚으며 물었다. 아마 모든 뜻을 이해한 것 같진 않았으나, 레몬티를 팔라는 뜻은 이해한 것 같았다.

비자야나가르 제국의 수도였던 함피. 함피사원을 비롯한 여러 유적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 비자야나가르 제국의 수도였던 함피. 함피사원을 비롯한 여러 유적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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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 버스 터미널에서 마주친 인도 여인들
▲ 여인들 버스 터미널에서 마주친 인도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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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 여기 올라오면, 보통 따뜻한 짜이보다는 차가운 게 마시고 싶어진단 말이야. 이 많은 사람에게 아이스 레몬티를 팔면 벌이가 더 좋을거야."

그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예의 그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그를 다시 만났다.

"레몬티, 레몬티! 이것 마셔봐!"

물론 내가 제안한 사업아이템이었기 때문에 한 잔 정도는 당연히 구매해줘야 마땅했다.

레몬 티 논에서 즐기는 차는 종류를 막론하고 맛있다는 것을 함피에서 알았다.
▲ 레몬 티 논에서 즐기는 차는 종류를 막론하고 맛있다는 것을 함피에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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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수선하는 사람 신고다니던 운동화가 바닥이 떨어져 고민하던 차에 수선하는 사람을 만났다.
▲ 신발을 수선하는 사람 신고다니던 운동화가 바닥이 떨어져 고민하던 차에 수선하는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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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했네! 사람들이 많이 좀 마셨어? 나, 한 잔 줘."
"두 잔, 팔았어!

선셋 전이니 그래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청량한 레몬의 맛을 갈구하며 한 모금을 넘겼다. 이게 웬걸. 레몬티는 짜이의 또 다른 버전인 양, 밍밍하고 별로였다. 분명히 보온병은 자기의 할 일을 해내는 시기는 지난 모양이었다. 또한 제조과정이 그리 훌륭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 맛이었다. 제조과정까지 내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제 머리는 못 깎으면서 남 머리 깎으려는 중의 노릇은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비즈니스는 어땠어?'라고 물으면 언제나 '굿~!'이라고 대답하던 그의 얼굴이 기분 좋게 뇌리에 박혀있다. 아름다운 외계 같은 함피의 배경과 같이.

짜이를 파는 소년 "짜이 한 잔 해요!"
▲ 짜이를 파는 소년 "짜이 한 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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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에 걸친 인도의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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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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