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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가 인상적인 기업이 있다. 바로 두산그룹이다. 두산은 지난해 12월, 인터넷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주)가 20대 사원에게까지 희망퇴직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40명을 선별해 희망퇴직을 종용했다. 그중 21명은 노동조합과 함께 대응해 현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13일 만난 손원영(사진)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이하 지회) 지회장은 "앞으로 더 무섭게 몰아칠 2차 구조조정을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년에 네 번이나 인력감축

 손원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 지회장
 손원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 지회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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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을 찍어서 희망퇴직을 시키려 했는데 거의 다 지회 전·현직 간부였어요. 20대부터 50대까지 젊은 사람들이었죠. 더 기가 막힌 건 '위로금을 줄 수 있는 지금, 나가라'는 거예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합법적 해고라 그나마도 줄 수 없다고 협박한 거죠."

손 지회장의 말이다. "회사는 40명 중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조건으로 구제한 2명과 회사의 회유책에 넘어간 4명을 제외한 34명을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했고, 그중 13명은 희망퇴직을 받아들였지만 나머지 21명은 금속노조와 지회를 믿고 끝까지 버텼다"고 그는 덧붙였다.

두산인프라코어(주)는 인천·창원·군산·안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 2011년 전까지는 4개 지역 노동자들이 모두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이었다.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지역마다 기업별 노조가 생겼다. 한 사업장에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 조합원과 기업별 노조 조합원이 혼재돼있는 것이다.

손 지회장은, "이렇게 노조가 난립하는 상황을 회사가 만들어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에선 20대 희망퇴직만 대서특필했지만, 2015년 한 해 동안 희망퇴직이란 명목으로 인력감축이 2월, 8월, 11월, 12월 네 차례나 있었습니다. 전체 직원이 5000명 정도 되는데 1800여 명이 퇴사했어요. 40% 정도가 나간 거죠. 지난해 다른 대기업도 구조조정이 있었지만, 이렇게 몇 차례나 한 곳은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손 지회장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회사는 '희망퇴직'한 노동자를 '촉탁직'으로 한 달씩 재고용했다. 지난해 11월 생산직 노동자 458명이 한꺼번에 퇴사해 공장이 운영되지 않자, 그중 180여 명을 12월 한 달간 촉탁직으로 재고용했다. 올해 1월에도 21명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했다.

'희망퇴직보다 더 무서운 것'을 준비(?)하는 회사

두산인프라코어는 2012년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59세에는 임금의 80%, 60세에는 70%만 받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모범 사례로 두산인프라코어를 선정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고령자들의 임금을 줄여 청년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어요. 그러나 정규직이 정년퇴직하는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용했습니다. 그때는 건설업계가 호황이라 일거리가 많았을 때인데도 기간제 비정규직을 채용한 거죠. 이것이 임금피크제 모범 사례의 실체입니다."

손 지회장의 설명을 정리하면, 2012년 채용한 기간제 노동자는 180명이었다. 이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했고, 2014년부터 건설경기가 나빠지자 2015년에는 6개월 단위로, 올해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었다. 그나마 현재는 계약직이 20여 명밖에 안 된다.

손 지회장은 "회사는 정규직을 기간제와 촉탁직으로, 급기야는 모든 생산라인을 외주화하려 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주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의 논리"라고 주장했다.

"정년이 보장된 노동자를 희망퇴직으로 쫒아내고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주화를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현재는 인원이 적은 부서를 외주화하고 있는데 점점 다른 부서로 확대할 겁니다.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해고 회피 노력이라는 것을 해야 하잖아요. 두산은 전혀 안 합니다. 기업사냥꾼일 뿐입니다."

'기업사냥꾼'이라고 하는 이유를 묻자, 손 지회장은 "두산은 인수합병으로 기업을 매입한 후 다시 매각해 그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어왔다"고 했다. 두산은 대우종합기계를 2004년에 인수, 이름을 두산인프라코어로 바꿨다. 현재 자금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해 산업차량부문은 매각했고 공작기계부문 등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두산그룹은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어요. (면세점이) 현금 유동성이 좋으니까 그쪽으로 눈을 돌린 거죠. 두산이 2007년 미국의 중장비산업 대기업인 '밥캣'을 5조 원에 인수했는데 1조 원만 자산이고 4조 원은 빚이었죠. 매해 갚아야할 이자만 1조 원이 넘습니다. 지금 두산은 현금이 필요해 뭔가를 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은 기업의 군살을 빼기 위한 게 아니라, 외주화로 매각의 수순을 밟기 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신정연휴가 끝나고 1월 4일 출근한 두산인프라코어 노동자들은 현장관리자가 배부한 문서를 보고 또 다시 놀랐다. '작업자 관리 sheet'라는 유인물이었는데 아침체조나 청소를 안 하면 감점이고, 작업 중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흡연 또는 화장실 이용 등으로 작업장을 이탈해도 감점이라는 내용이었다.

"낮게 평가된 사람을 선정하기 위한 기준을 만든 거죠. 지회에서 문제제기를 하니까 '상을 주기 위해 객관적인 기준을 만든 거다'라고 했는데, 상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해고하기 위한 기준을 만든 겁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지킨다

 손원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 지회장
 손원영 민주노총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 지회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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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9일이면 두산에서 근무한 지 33년째라는 손 지회장은 도망치듯 희망퇴직을 하고 나가는 선배들을 보면서 절망했다고 했다.

"사무직들이야 진급해서 사장 직책까지 바라본다면, 우리 생산직은 후배들한테 환영받고 정년퇴직하는 게 꿈입니다. 지금까지 퇴임을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함께 기뻐했죠.

그랬던 선배들이 희망퇴직으로 도망가다시피 짐 싸가지고 나가는 모습을 보니까 화가 났습니다. 40년 가까이 회사에 청춘을 바쳐 일했던 선배들이 왜 쫓겨나야 하는 건지, 정작 회사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한마디 사과도 없는데 말이죠."

그것이 손 지회장 본인이나 후배들의 모습일까, 두려워 분노가 일었다고도 했다.

"선배들은 자신이 떠남으로 후배들이 편하게 직장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회사가 희망퇴직을 강요할 때 버텨주고 싸워줘서 후배들이 본받아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싸움의 방법을 가르쳐줘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전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회는 지난해 12월, 21명이 복직하는 승리를 했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21명을 송도·남동공단·안산 등에 분산시켜 반성문 성격의 '회고록'을 쓰게 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명상'을 시키는 등,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에 당사자들이 모욕감을 느낄만한 일을 벌였다. 지회와 조합원들은 SNS에 소통공간을 만들어 실시간 상황을 공유하면서 공동대응하고, 지회에서는 선전전을 하거나 언론에 이 사실을 폭로했다.

손 지회장은 금속노조와 법률원 등이 연대했기에 당시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작은 승리였지만 이런 투쟁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노조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지회로 노조 가입을 문의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도 하고요. 더 큰 싸움을 준비해야 합니다. 금속노조 15만 조합원과 인천지역 시민사회·노동 단체들의 연대투쟁을 이끌어 내려면 이 투쟁의 주체인 저희 지회가 중심에 서야겠죠. 열심히 투쟁할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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