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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봄이 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재래시장을 기웃거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봄나물 때문이다. 난, 채소는 가급 재래시장에서 사는 편이다. 특히 나물거리들은 한 접시 정도 무칠 수 있는 만큼 달아 포장한 것보다, 큰 대야에 놓고 저울에 달아서 파는 재래시장 상품을 산다. 그래야 좀 더 싱싱한 것을, 그리고 원하는 만큼 맘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지라 올해도 봄을 느끼기 시작한 날부터 인근의 원당시장(고양시)이나 연신내시장(은평구)을 한 바퀴 휘휘 돌며 가장 싱싱하고 맛있어 보이는 봄나물들을 찜해 오고 있다.

어제(6일)도 집으로 오는 길에 연신내시장에서 달래와 방풍나물, 돌나물과 돌미나리 등 봄나물 몇 가지를 사왔다. 얼마 전까지 대형슈퍼마켓에서 포장된 채로 만나, 어서 봄이 와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길 바라던 쑥과 냉이에 대한 아쉬움을 접으며 말이다.

봄바람이 솔솔 불 때면, 달래장이 생각난다

 달래장
 달래장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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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왔나, 하면서 가장 먼저 사게 되는 것은 달래다. 엄마 품을 떠나오기 전까지 봄이면 자주 달래를 먹었다. 하지만 어렸기 때문일까, 그 참맛을 몰랐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며 엄마가 왜 그리도 자주 달래로 반찬을 만들었는지 알게될 정도로 좋아졌다. 밥맛을 잃곤 하던 봄날, 달래장 덕분에 그나마 입맛을 되찾곤 하던 기억과 시골에서 태어난 덕분에 풍성하게 먹을 수 있었던, 건강한 먹거리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7·80년대 대부분의 시골 가정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집도 대부분의 먹을거리는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해결했다. 그러니 먹을 수 있는 것은 김치를 비롯한 장아찌 등 거기서 거기. 봄이 오는 이즈음엔 겨우내 먹은 김장김치와 시래기국이 지겨워지면서 입맛을 잃곤 했다. 이럴 때 입맛을 돋워주는 것은 달래, 정확하게 말하면 달래장이었다.

우리 집도 시골 대부분의 집들처럼 김장을 앞두고 갈무리한 무를 집 옆에 있는 밭에 팔 하나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낸 후 묻어놓고 겨우내 빼먹곤 했다. 이처럼 겨우내 빼먹던 무 둥지를 헐어 남은 무는 입춘과 정월대보름도 지나고 봄기운이 오르기 시작하는 이즈음,모두 꺼내곤 했다.

워낙 많이 묻었기 때문인지 겨우내 빼먹고도 해마다 열댓 개는 남았다. 그 무로 깍두기도 담그고, 무나물과 생채도 하고, 무밥도 해먹는 등 무로 해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다 해먹었다. 이제 와 솔직히 말하지만, 무가 어느 정도 자란 가을부터 이즈음까지 엄마가 해주시곤 했던 무밥은 어린 나이에 결코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아니 무밥은 가급이면 피하고 싶은 음식이었다. 무밥이 맛있다는 어른들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골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반찬투정은 아예 몰랐던지라 억지로 먹어야만 했다. 이런 내가 무밥을 그나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봄인가 싶게 싹을 틔워 어느새 손가락길이보다 크게 자란 달래를 듬뿍 썰어 넣고 고소한 참기름과 참깨를 넣어 만든 달래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밥과 콩나물밥, 달래장 하나만 있으면 OK

 비타민, 단백질, 칼슘 등이 풍부해 춘곤증을 막아줄 뿐더러 빈혈, 부인병 등 우수한 효과가 매우 많은 달래를 송송 썰어넣은 달래장으로 밥을 비벼 먹을 땐 먹기 직전에 좀 더 넉넉하게 썰어 섞어 비비면 더 좋다.
 비타민, 단백질, 칼슘 등이 풍부해 춘곤증을 막아줄 뿐더러 빈혈, 부인병 등 우수한 효과가 매우 많은 달래를 송송 썰어넣은 달래장으로 밥을 비벼 먹을 땐 먹기 직전에 좀 더 넉넉하게 썰어 섞어 비비면 더 좋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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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밥이나 콩나물밥을 비벼먹어도 좋지만 그냥 비벼먹어도...
 무밥이나 콩나물밥을 비벼먹어도 좋지만 그냥 비벼먹어도...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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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밥도 달래장과 함께 생각나는 음식들 중 하나다.

대부분의 시골 가정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집도 겨울마다 콩나물을 길러 먹곤 했다. 아쉬운 대로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려면 일주일 정도. 3일쯤 물에 담가 싹을 틔운 콩을 엄마가 콩나물시루에 옮기고 나면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날리니 열어보지 말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몇 번, 천을 들춰보면서 콩나물이 어서 자라 먹을 수 있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러나 이처럼 기다렸던 콩나물도 일주일 넘게 먹다보면 질릴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은 콩나물밥도 무밥처럼 좋아했다. 걸핏하면 옆집 아줌마나 동네 아무개네 엄마를 불러다 함께 먹을 정도로 어른들은 무밥이나 콩나물밥을 참 좋아했다.

그러나 어린 우리들에겐 콩나물밥 역시 무밥처럼 결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호기심으로 한두 번 먹으면 좋을 음식이기도 했다. 이런 콩나물밥을 무밥처럼 그나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하여 잠시 잃었던 밥맛을 찾게 한 것은 사립문 밖 양지바른 곳에서 봄인가 싶게 싹을 틔워 어느새 자란 달래로 장을 만들어 쓱쓱 비벼먹을 때였다.

내가 어렸을 적엔 양조간장이 훌륭한 반찬이었다. 별다른 반찬 없이 간장 한 수저와 참기름으로 밥을 비벼먹으면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지라 엄마는 양념간장을 자주 만들어 놓곤 했는데, 봄날 한동안 먹을 수 있었던 달래장은 대파를 썰어 넣은 양념장처럼 미끈거리지 않아 좋았다. 게다가 어린 마음에도 입안에 퍼지는 향긋한 달래향이 좋아 밥을 자주 비벼 먹곤 했다. 그래서 봄이면 달래장이 가장 먼저 생각나곤 한다.

결혼 전 객지 생활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늘 보고 자랐던 것들이, 그 무엇보다 그리울 때가 많았다. 엄마는 봄이면 봄볕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달래로 달래장 외에 다양한 음식들을 해주시곤 했다. 콩나물을 무칠 때에도 달래를 섞어 해주시곤 했다. 그래서 봄날이면 유독 달래가 그립곤 했다.   

<고향의 봄>이란 노래에 '달래 냉이 씀바귀'란 부분이 있다. 수많은 봄나물 중 왜 하필 달래를 가장 먼저 넣었을까. 아마도 지금보다 먹을거리가 넉넉하지 못했던 때 입맛을 찾게 한 고마운 존재라 그런 것은 아닐까.

달래와 함께 무친 콩나물, 생각만 해도 상큼하네

결혼을 하고 먹을거리에 관심을 두면서 도시가 아닌 시골에 태어나 자란 것이 커다란 축복이란 생각을 자주 한다. 물질적으론 많이 부족한 시골아이였지만, 먹는 것들을 가게에서 사먹으며 먹고 자란 도시의 아이들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자라났다는 그런 행복이랄까. 그러고 보면 어지간한 몸살도 하룻밤 푹 자는 것으로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건 순전히 직접 농사지은 건강한 먹거리들을 먹고 자란 덕분일 것이다.

달래에 대한 추억과 고마움 때문에 봄이면 달래를 가장 먼저 사곤 한다. 돌미나리도 달래와 함께 자주 사곤 한다.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을 살 수밖에 없어 아쉽지만 말이다. 그리하여 봄이면, 콩나물을 무칠 때 엄마가 해주시던 것처럼 달래를 넣는다. 또 냇가에서 뜯어온 돌미나리를 섞어 무쳐주시곤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무생채에 돌미나리를 넣기도 한다. 이렇게 해먹으면 달래와 돌미나리의 향긋함을 넉넉하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풍을 예방해주며 항암효과도 우수한 방풍나물.
 각종 풍을 예방해주며 항암효과도 우수한 방풍나물.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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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내가 자주 사곤 하는 나물 중 하나는 방풍나물이다. 이 방풍나물은 원래는 따뜻한 남쪽지방의 바닷가 절벽에 자생하던 것인데 '피를 맑게 하고, 풍을 예방한다'는 약성이 알려지면서 최근 바닷가 인근 노지에서 재배를 하는지라 쉽게 살 수 있다.

굵은 것은 반으로 가르고 억센 것은 잘라낸 뒤, 시금치처럼 데쳐서 간장으로 무쳐먹거나 초고추장과 식초로 새콤달콤하게 무쳐도 맛있다. 열을 내리고 각종 풍을 예방해주며, 진통효과도 뛰어나고 항암 작용도 뛰어나다고 한다. 또 하우스에서 자라 농약이 걱정되는 채소들과 달리 노지에서 재배한다니 아직 맛보지 않았다면 올봄에 꼭 해먹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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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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