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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5일) 오후 서울 상봉역에서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숭실대입구역에 볼 일이 있어 가는 중이었다.

 

토요일 오후 2시, 오후인데도 지하철 안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더운 날씨에 여기저기서 짜증섞인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 덥고 졸립고 짜증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건대입구역을 지날 때였던가? 우연히 눈을 돌려보니 내가 앉은 좌석 오른쪽 두자리 옆쯤에 어느 여고생이 손잡이 하나를 잡고 서 있었는데, 눈은 거의 반쯤 풀린 듯, 무거워 보이는 눈꺼풀은 연방 감겼다 떴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여학생은 꾸뻑꾸뻑 졸면서 다리마저 금방 주저앉을 듯 덜썩거리는 것이 저 손잡이를 놓치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보였다.

 

'에구, 얼마나 피곤할까? 쯧쯧'

 

그 여고생 바로 앞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힐끔힐끔 그 여고생을 올려다보면서도 연신 손거울을 보며 눈에다 뭘 바르고 눈썹에 뭘 칠하고 나서도 계속 본척만척 그냥 무시하고 있었다. 그 양옆에 앉은 사람들도 다들 명상을 하는 건지 도를 닦는 건지 지긋이 눈을 감고 있었다.

 

'동생뻘 되는 아이한테 자리 좀 양보 좀 하지 어휴~'

 

안 되겠다 싶어 그 여고생을 불러 내 자리에 앉으라 말하려고 잠깐 일어서려는 순간, 출입구 옆에 서 있던 아저씨 한 명과 아줌아 한 명이 내 자리 앞에 먹이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눈을 부라리며 떠~억 서는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내가 일어나면 그 둘 중에 한 명이 앉을 기세였다. 하여 재빨리 다시 앉아 '나 내릴 사람이 아니'라는 듯 태연히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런데 그 둘이 하는 얘길 가만 들어보니 마치 금방 내릴 것처럼 얘기하는 것 같아 속으로 '얼른 내려라, 얼른…' 그러면서 기다리는데, 논현역을 지나가는 데도 내리지 않고 계속 내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나는 왠지 죄인이 된 같은 초조함으로 그 여고생을 쳐다 보는데, 이제는 거의 손잡이에 고기를 걸어놓은 것처럼 축 쳐져서 보기에도 너무 딱해 보였다.

 

'어떡할까?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여고생을 불러 자리에 앉힐까? 둘중 한 명이 확 앉아버리면 어쩌지?'

 

그렇게 아무도 뭐라고 안하는데 혼자 좌불안석하며 고민하는 순간, 그 여고생이 마치 배터리 충전이라도 한듯 눈을 벌떡 뜨더니 고속터미널역에서 휘리릭 내려버리는 것이었다.

 

'뭐야? 괜히 혼자 초조해했네~' 그런데 이내 내 스스로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와 함께 '그냥 그 여고생을 불러 내 자리에 앉힐 껄.' 왠지 모를 후회감이 밀려왔다. '얼마나 피곤하고 자리에 앉고 싶었을까...' 그 사이 내 앞에 서 있던 야속한 그 두 사람은 총신대입구역에서 내리고...  

 

난 왜 그 여고생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도 주저없이 그 여고생을 블러 적극적으로 자리를 양보하지 못했을까. 왜 남의 눈치를 보며 공부에 멍들고 학원에 찌들어 시든 채소같이 허여멀건하게 변색한 얼굴을 하고 군대 군장처럼 커다란 가방을 업은 채, 손잡이에 의지해 졸며 쓰러질 듯한 청소년에게 그깟 자리하나 양보하지 못했을까.

 

20여 년을 청소년 지도자로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그 세월에 비해 턱없이 내 소양이 부족해 보인 지하철 7호선에서의 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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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신문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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