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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 수학 오답 노트 쓰기를 하다가 책상밑으로 들어가 엉엉 울어버린 아이가 있었습니다. 숙제가 너무 하기 싫어서 말이죠. 그 우는 아이를 달래가며 혼내가며 세 시간이 넘도록 두 문제의 오답노트를 꾸역꾸역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그 수학 두 문제가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인생의 전부인 양 울면서 했습니다. 2011년 가을, 지난 금요일 체험학습 때문에 못한 학습량까지 여섯 장의 학습지를 스스로 하며 세 시간 동안 앉아 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내가 아는 지역아동센터의 27살 교사가 쓴 글이다. 그 3년 동안 한 아이의 실패와 성장을 지켜보며 함께 살아온 교사의 이야기는 참 흐뭇했다.

우리 아이들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자랐다. 몇 년을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나는 교사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교사들의 삶은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교사들에게서 아이들은 행복을 배울 수 있을까. 가슴이 아팠다. 안타깝게도 교사들의 삶은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교사들에게서 아이들은 미래를, 희망을 꿈꿀 수 있을까? 그 현실이 분노스러웠다. 교사들은 왜 행복해보이지만은 않았으며 왜 미래지향적인 일로 보이지 않았을까?

물론 교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상처를 감싸줄 수 있어 보람 있다고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교사들의 이야기만 듣고 마음을 놓기에는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을 보았을 때 너무 열악하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한참 전부터 지역아동센터의 문은 열려 있다. 많은 아이들에 비해 교사는 부족하고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쉴 새 없이 아이들을 돌본다.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나서 불 켜진 지역아동센터에 들르면, 교사들은 내일을 위한 준비와 갖가지 행정업무 때문에 퇴근을 못하고 있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열 시간 넘는 노동을 하며 최소한의 운영비로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줄 수밖에 없는 교사들의 어려움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안타깝게도 아무리 헌신적인 교사라도 견디다 못해 아이들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묻는다.

"그 선생님은 이제 안 오세요?"

아니, 더 이상 아이들도 묻지 않는다. 상처는 아이들에게도 있다. 하지만 사회에서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교사들의 일자리,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끊임없는 요구받는 감정노동, 교사로서의 자긍심이나 교육철학을 높이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구조 등. 그 속에서 교사들이 책임감과 소명의식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 또한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는 아무리 봐도 턱도 없이 지원되는데 갈수록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왜 교사들의 권리는 지켜지지 않는 거지요?"란 질문을 받은 한 지역아동센터의 교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에겐 표가 없기 때문이지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을 하는 일을 하는 이들 역시 사회적 약자로 대우받는구나! 그렇다. 재벌을 만나고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역시 그 만큼으로 사회적으로 권리를 요구할 수도 있고 그렇게 대우받는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그리고 사회가 책임지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교 밖 시간들을 책임지는 일을 사람들의 권리도 지켜지지 않으니, 그 교사의 냉소 어린 대답은 가슴 아프지만 현실이다.

교사들이 만나는 아이들이 표가, 사회적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은 옳다. 그리고 그 교사들이 여성들이기 때문이란 것도 사실일 것이다.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 타이프를 치는 일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높은 수당이 보장되는 일자리였다. 하지만 세계 대전으로 여성들이 그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 일에 대한 수당은 낮게 책정되었으며, 여비서들이 하는 허드렛일처럼 취급되었다.

만약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원래' 여성들이 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이 없거나, 최소한 여성들의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가 사회적으로 높게 인정된다면 이렇게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의 근무조건이 열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복지의 많은 영역이 그렇게 여성들이 가정에서 하는 역할을 대신 하는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낮게 혹은 너무 당연한 노동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학교 밖의 또다른 학교인 지역아동센터에서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다. 공교육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것을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의 진정어린 보살핌으로 채워져 다행히도 잘 자라주었다. 이제는 그 시절 학교에서 받은 상처와 어려움으로 센터의 선생님들께 말도 안 되는 떼를 부렸다는 것도 알고, 그래도 따뜻하게 감싸준 센터의 선생님들께 고마워하기도 할 만큼 자라주었다. 이런 변화가 그저 오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안다.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의 진심과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그 곳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돌봄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라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사회가, 정부가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을 꼭 필요한 노동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이제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이 이런 상황을 혼자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모아 행동을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렇다! 바로 이거다 무릎을 쳤다.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어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갈수록 열악한 운영환경에 문 닫는 센터가 늘어나고 있는 이 현실을 바꿀 수 있고 지역아동센터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최소한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를 키운 부모로서, 이 나라에 함께 사는 같은 여성으로서 교사들의 이런 목소리에 적극 찬성한다. 지역아동센터의 교사들의 처우가 달라지고 근무환경이 달라져야 아이들의 교육환경도 달라질 것이고, 그 여성들이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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