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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에세이 <오무라이스 잼잼>겉그림
 만화에세이 <오무라이스 잼잼>겉그림
ⓒ 씨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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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책 표기 대로 자장면 대신 짜장면으로 표기합니다 - 편집자말), 달걀, 컵라면, 바나나우유, 샌드위치, 양념통닭, 콜라, 일회용커피, 소시지, 맛동산, 삼계탕…. 큰 돈 들이지 않고 출출한 배와 허전한 마음을 손쉽게 달랠 수 있는, 소박하고 친근한 그런 것들이다.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먹는 달걀은 얼마나 될까? 라면과 사발면은 누가 만들었을까? 스팸(햄)이 정말 맛있는 비결은? 바나나(맛)우유가 오랫동안 인기를 얻는 이유는? 우주인들은 어떤 음식들을 먹을까? 우리나라 최초의 통조림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우리 통조림은? 감자칩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콜라를 마셨을까? 톡 쏘면서 달짝지근한 활명수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먹는 자장면의 길이를 모두 합하면?….

<오무라이스 잼잼>(씨네21 펴냄)은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을 먹으며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했을 법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가르쳐 주지 않았을 그런 소소한 상식들을 재미있고 깊이 있게 들려주고 있는 음식만화에세이다.

1912년 활명수의 제품 제조 허가 사항에 기재되었던 제조 방법은 대략 이랬다. 계피,정향,감복숭아씨를 넣고 적포도주를 가해 잘 혼합한 다음 3일간 침출시킨다. 이 침출액에 박하, 장뇌, 설탕, 주정, 증류수를 넣고 잘 혼합한 후 여과시켜 병에 포장한다.…활명수는 1897년 9월에 태어났다. 당시 궁중 선전관(오늘날로 치자면, 대통령 경호실 간부쯤 된단다)으로 있던 노천 민병호(동화약품 초대 사장인 민강의 부친, 동화약국의 전신은 동화약방)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궁중비법과 서양의학을 혼합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양약이자 신약인 활명수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우리나라 최초의 제약회사 동화약품은 1910년 '부채표'를 상표로 등록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상표등록이다. - 책에서

모두 25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워낙 우리 일상에 친숙하고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것들이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마다 특히 인상 깊고 재미있게 읽는 것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가장 솔깃하게 읽은 것은 마지막 '활명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배앓이를 자주 했고 명절 끝에 유독 자주 아팠는지라 약국에 가지 않고 점방에서도 살 수 있는 활명수를 어지간히 먹고 자랐는데, 이런 어린 내게 이처럼 배가 아플 때 마시는 활명수는 약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맛있었다. 그와 관련된 추억들 또한 유별스럽다.

어떻게 이처럼 톡 쏘는 맛을 만들어 냈을까? 톡 쏘는 시원한 맛과 함께 달짝지근한 그 맛이 참 좋았다. 그리하여 식구 중 누군가 먹고 채 버리지 않은 빈병을 혀에 거꾸로 세워 한 모금이라도 맛보려고 기를 쓰기도 했다. 배가 아프다면서 한꺼번에 죽 마시고 어서 병을 놓을 일이지 한 모금씩 조금씩 아껴 마시는 동생이 얄미웠던 기억도 있다.

비상으로 딱 한 병 사둔 활명수를 홀짝홀짝 한 모금씩 마시다 결국 모두 마셔버려 된통 혼난 기억도 있다. 동생은 배가 아프다고 떼굴떼굴 구르는데 약은 간식으로 먹어치워 이미 흔적이 없고, 그래서 캄캄한 골목길을 더듬고 가 이미 문 닫은 점방문을 두드려 약을 사들고 귀신이 나온다는 커다란 벽 옆을 정신없이 내달리던 기억 또한 아련하다.

어쩌면 나의 배앓이 절반은 이 활명수를 먹고 싶어서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여타의 알약들은 먹기를 기겁하며 입을 고집스럽게 다물고 좀체 벌려주지 않았다는 어린 내가 활명수 앞에선 눈을 반짝였다니 말이다.

어린 내게만 맛있고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특별한 존재였을까? 궁중 비법으로 만든 약을 일반인에게 판다? 게다가 한약 재료로 만들었는데 한약처럼 달일 필요도 없이 아플 때 손쉽게 마실 수 있다? 마시기도 쉬울 뿐더러 단 한 병으로 어지간한 체기는 싹 내려준다? 활명수(活命數), 즉 '생명을 살리는 물' 탄생은 당시로서는 큰 사건이었단다.

게다가 부르기 또한 쉬운 이름인지라 활명수는 입소문에 입소문이 더해져 그야말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단다. 탕약 외에는 마땅한 양약이 없던 시절 생약과 양약을 접목해 급체나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도록 한 활명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 십 년 동안 소화제를 뜻하는 일반 명사처럼 쓰이기도 했다.

활명수 용기 변천사: 우리나라에서 100년간 꾸준히 변화하면서 살아남은 라벨과 병은 흔치 않습니다. 한세기 동안 꾸준히 인지도를 잃지 않으며 사랑받은 활명수의 외양은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책 속 설명
▲ 활명수 용기 변천사: 우리나라에서 100년간 꾸준히 변화하면서 살아남은 라벨과 병은 흔치 않습니다. 한세기 동안 꾸준히 인지도를 잃지 않으며 사랑받은 활명수의 외양은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책 속 설명
ⓒ 동화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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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맛 우유 용기 변천사: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출시 이후 30년이 넘게 배불뚝이 모양 용기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요 포근한 생김새 때문에 바나나맛우유는 단지우유,항아리우유, 수류탄우유 같은 별명을 잔뜩 얻었다고 하네요.그런데 왜 바나나맛우유는 이런 엉뚱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정답은 바로 '고향'과 '추억'입니다. 1970년대 산업화시대,농촌을 떠나 대도시로 온 고달픈 도시 생활업자들이 고향을 떠올릴 수 있도록 넉넉한 항아리 모양으로 디자인된 것이라고요-책속설명
▲ 바나나맛 우유 용기 변천사: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출시 이후 30년이 넘게 배불뚝이 모양 용기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요 포근한 생김새 때문에 바나나맛우유는 단지우유,항아리우유, 수류탄우유 같은 별명을 잔뜩 얻었다고 하네요.그런데 왜 바나나맛우유는 이런 엉뚱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정답은 바로 '고향'과 '추억'입니다. 1970년대 산업화시대,농촌을 떠나 대도시로 온 고달픈 도시 생활업자들이 고향을 떠올릴 수 있도록 넉넉한 항아리 모양으로 디자인된 것이라고요-책속설명
ⓒ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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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활명수가 대단한 인기를 끌자 생명수, 회생수, 소생수, 통명수, 보명수, 활명회생수 등과 같은 수많은 유사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그래서 1912년 결국 동화약품은 '활명액'이라는 방어용 상표를 등록했다. 아마도 국내 최초의 방어용 상표등록이 아닐까 싶은데, 당연히 활명액은 생산되지 않았다. 이런 방어 전략은 요즈음 보편적이라고 한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요맘때'의 방어 상표로 '이맘때'와 '그맘때'를 같이 등록했고, 웅진은 쌀음료 '아침햇살'의 방어를 위해 '아침햇쌀'을 등록했다. 그런가하면, 남양유업은 17차(茶)를 출시하기 1년 전에 이미 '남양 1차'에서 '남양 99차'까지 모조리 등록했다고 한다. 암튼 수많은 '최초'가 붙은 활명수는 1937년 만주에서도 상표등록을 하게 되면서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최초의 브랜드가 되었다.…활명수의 가격은 1910년 당시 40전(당시 설렁탕 두 그릇 값)이었다고 한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풍파를 헤치고, 지금도 제품 인지도 97.9%에, 2008년 한해만도 9700만 병이나 팔렸다는 것은 여러모로 대단한 일이다.-책에서 정리

<오무라이스 잼잼>의 내용들은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책제목과 같은 제목으로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연재, 매회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릴 만큼 독자들의 호응이 높았던 만화다. 하지만 연재물과 많은 차이가 있다.

  숫자로 보는 짜장면
1인분 자장면의 면 길이는 대략 10m,우리나라의 하루 짜장면 소비량은 7200000그릇,면의 길이로 치면 총 72000㎞에 육박, 지구 둘레는 40000㎞로 우리가 하루 먹는 면발은 지구를 1.8바퀴 감을 수 있는 길이네요.우리나라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는 횟수는 1달 평균 2회,1달에 5번 이상 먹는 사람도 10명 가운데 1명이나 된다.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전체의 62.4%, 10대와 20대의 선호도는 70%를 넘는답니다.짜장면을 먹는 이유에 대한 답으로는, 맛있어서 먹는다. 44.3%, 배달시켜 먹기 편해서 28.3%, 금방 나오고 빨리 먹을 수 있어서 17.1%였습니다. 짜장면 가격은 1960년에 15원, 1974년 138원, 1980년대 중반 700원, 1990년대 후반 3000원을 거쳐 2007년 평균 3700원이 되었습니다.실제로 말할 때 '짜장면'으로 발음한다는 사람은 91.8%, 표준어를 '자장면'이 아닌 '짜장면'으로 바꿔야 한다는 사람은 50.9%로 절반.우리나라의 중국식당 수는 1975년 1005개에서 2010년 24000개로 늘어났는데, 이중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의 비율은 65%에서 6%로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책에서
만화로만 구성되었던 연재물과 달리 이 책에선 만화 내용과 관련된, 이것들만 따로 떼어 읽어도 많은 것들을 얻었다 싶을 만큼 썩 깊이 있고 유용한 자료들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지만 미처 메모하지 않아 까맣게 까먹어버린 '숫자로 보는 짜장면(박스 기사 참고)', 우리나라에도 분점(본점은 중국에 있다)이 있다니 아이들과 함께 먹어 보고 싶게 한 '탁월한 발명품, 소롱포 이야기', '바나나우유 용기 변천사', '지구의 정복자, 계란이야기' '닭, 닭고기 이야기','활명수 용기 변천사(위 활명수 용기 변천사 참고)'가 특히 인상 깊었다.

두번째 이야기인 샌드위치 편에서는 샌드위치 탄생과 더불어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흔히 팔고 있는 '토스트 샌드위치'를 비롯하여 엘비스 프레슬리가 생전에 즐겨먹었다는 '엘비스 샌드위치', 미국인들의 약식 샌드위치, 타이완의 '관차이반', 멕시코풍 '타코' 등 다양한 샌드위치들을 소개하는데, 각 샌드위치마다 재료들을 일일이 표기했기 때문에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고, 응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외에도 ▲ 장인들이 만드는 카스테라▲ 까다로운 손님에게 대응하려고 까칠한 주인이 요리해 의외의 인기몰이를 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포테이토칩 황당 탄생비화 ▲ 우주인들이 공중에 둥둥 띄워놓고 나무에서 열매 따먹듯 심심할 때 하나씩 따서 먹는다는 쵸코볼을 비롯한 우주 음식 베스트 10 ▲ 초창기 코카인 성분을 함유했던 코카콜라의 KOKE가 COKE가 된 사연 ▲ 끓인 라면을 덜어먹을 마땅한 그릇이 없어 컵에 담아 먹는 풍경 덕분에 생겨난 사발면 ▲ 가공시 까다롭고 가격이 싼 어깻살을 쓸 궁리 끝에 탄생해 햄의 왕이 된 스팸(SPAM) ▲ 세계 유일무이한 깻잎 통조림과 통조림따개 등 우리들 일상의 소박한 음식 그 속에 숨어있는 애틋하고 흥미진진한 사연들을 풍성하게 들려준다. 

덧붙이는 글 | <오무라이스 잼잼>)|조경규 (지은이)|씨네21|2011-02-23 )|정가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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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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