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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합동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설명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바야흐로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의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다. 언론이 브리핑룸 통폐합에 반발하는 데 대해 대통령이 "기사송고실까지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신문들은 일제히 총공세를 취하고 있다. 스트레이트와 박스 기사, 사설은 물론 외부 필진의 칼럼까지 동원해 통폐합 방침을 질타하고 있다.

"대통령과 주변의 간신이 통폐합을 주도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울분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노 대통령 취임 초부터 언론과 아슬아슬한 관계가 이어지더니 임기를 8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마침내 싸움이 '세게' 붙은 것이다.

사실 기자 입장에서 보면 노 대통령의 언론관이 경직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이같은 언론관을 갖게 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신문들은 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무차별적인 비판을 제기해 왔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일정기간 동안 비판을 자제하는 '허니문' 기간이라는 것이 있다.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적용되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미처 국정을 파악하기 전에 정책 비판은 물론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에 시달려왔다.

물론 민주국가에서 통치자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보수언론들은 정책 비판에 그치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독설을 동원해가면서 대통령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곤 했다. 오죽하면 "대통령을 동네 개 나무라듯 한다"는 말까지 등장했겠는가.

▲ 노 대통령의 언론 정책을 비판한 31일자 <조선일보> 기사
ⓒ <조선일보> PDF

사안을 침소봉대하거나 본질을 왜곡시켜 대통령의 속을 훑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것들은 노 대통령과 언론 간에 메울 수 없는 감정의 골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대통령도 통치자 이전에 인간이다.

정작 용기와 독설이 필요했던 독재정권 시절에는 역겨운 아부를 해대던 언론이, 어쨌거나 민주적 절차에 의해 태동된 정권에 대해 정도에 지나친 비판을 퍼부은 것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된다.

물론 지난날 과오가 있었다 해서 언론의 기능이 위축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비해 폭 넓고 깊이 있는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대변해준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언론자유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다. 일간지 기자인 본인이 보기에도 기자실을 통폐합하면 취재 제한 등 불편이 따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언론자유와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물론 정치권과 학자들까지 언론이 침탈당하는 대사건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언론은 이번 사안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차분하고 합리적으로 보도시스템 효율성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지면을 도배질하다시피 하면서 거품을 물을 일이 아니다. 이러한 것은 지난날 정권이 멋대로 기자를 해직하고 언론사를 통폐합했을 때 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정작 울분을 토해야 하는 시절에는 비굴했던 언론이 이성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냄비 끓듯 흥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 보기에도 부끄럽다.

덧붙이는 글 | 김학준 기자는 서울신문 지방자치부 차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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