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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박서보?

▲ 박서보 화백 사진
ⓒ 경기도미술관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나 관심이 깊은 사람들이면 결코 모를 수 없는 이름이지만 백남준씨처럼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건을 지속적으로 낸 분도 아니고 '생방송 인기가요'에 나올 법한 가수마냥 전적으로 대중을 지향하는 예술인은 아니기에 '박서보'라는 이름은 일반 대중에게 그다지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작년 말에 미술월간지 '아트프라이스'가 전국의 아트페어, 화랑, 미술관을 찾은 미술인·언론인·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인물' 부문에 삼성미술관 리움 홍라희 관장, 갤러리 현대 박명자 대표에 이어 아티스트로는 1위, 전체로는 3위에 랭크될 정도로 이제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그의 위상은 아직 굳건하다.

일흔 여섯.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의 그이지만, 오히려 그는 수도승이 수도를 하듯 하루 14시간 가까이 되는 고된 작업을 더욱 가열차게 이어간다. 그 결과물의 전시가 이번에 소개할 '박서보의 오늘, 색을 쓰다' 전이다.

테마 1 - 그의 트레이드마크, 묘법

▲ 박서보씨의 작품 중 하나. '묘법'전시회 특성상 별도의 설명이 없다.
ⓒ 이준혁
그의 두툼한 손에 끼어 있는 커다란 알반지, 마치 피카소를 닮은 헤어스타일, 자신의 철학과 작품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카리스마, 좌중을 둘러보는 부리부리한 눈썰미 등 박서보 화백을 설명할 수 있는 트레이드마크는 정말 많다.

하지만 그를 소개할 때 '묘법'을 빼 놓고는 그의 작품과 그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작품인생에 있어 '묘법'은 그의 화력의 주된 축이자 그를 표현하는 상징어이다.

1950년에 홍익대 동양화과에 입학하여 청전 이상범 선생이나 고암 이응노 선생 등에게 미술을 배우던 그는 6·25 동란으로 인해 스승과 재회하지 못하게 되면서 서양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스승과의 어쩔 수 없었던 이별의 순간을 자신의 화풍을 국제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며 발전한다.

60년대에는 추상화(앵포르멜)를, 70년대에는 탈이미지적 작품을 다진 후, 80년대 이후로는 70년대에 조금씩 시작하여 지금까지 37년간 꾸준히 창조적 진화를 거듭한 묘법(Ecriture, 에크리튀르)에 작품활동의 대부분을 매달리다시피 했다.

한국어로 쉽게 풀어보면 '쓰기'(Writing)에 가까운 묘법은 작가의 잠재된 마음과 무의식적 세계를 쓰고 지우고 또 쓰고 또 지우는 형태의 화법으로서 상당히 인고의 노력이 요구되는 고된 작업이다.

정교하게 드로잉을 한 후 오랜 시간 물에 담가둔 한지 수 겹을 캠버스에 올린 다음 한지를 풀어 물감에 갠 것을 화폭에 올리며 굵은 4B연필이나 자 등으로 100번 이상 계속 그어내리고 밀어내 밭고랑처럼 요철을 만들고 한지가 굳어지기를 기다려 틀을 잡아 색을 입히는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작품 창조의 과정은 자신을 비우며 참선의 경지에 도달하는 고행과 같은 어려움이다.

그러기에 그는 스스로 자신의 최고 적은 바로 '자기만족'이라 말한다. 그는 매일 14시간동안 예술이 아닌 예도를 수행한 것이다.

테마 2 - 꾸준히 진화해 나가는 묘법

ⓒ 이준혁
그의 '묘법' 시리즈는 37년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묘법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로 캔버스에 한지를 덧붙이기 시작했고 그 뒤로도 무채색의 모노크롬을 이어오던 그의 묘법은 2000년 무렵부터는 색채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유채색의 모노크롬으로 조금씩 변하더니 2000년대 이후 작업은 '유채색의 모노크롬'이 주가 되었다.

그는 그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빛깔을 '치유의 색'이라고 말한다. 20세기에 그린 무채색의 그림들이 표현 중심적이로 강압적이었던데 반해 21세기에는 그림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을 치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색을 썼다는 그. 이번 전시회 타이틀이 '박서보의 오늘, 색을 쓰다'인 것은 이러한 연유이다.

그의 작품을 계속 감상해 보자.

테마 3 - 체험해보자 묘법!

▲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과 자료
ⓒ 이준혁
이번 전시에는 그의 작품과 더불어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와 사진이 함께 전시되며, 작품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의 실제 작업과정이 소개된다.

동시에 전시연계 체험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작품 속에 있는 색을 직접 잡으며 묘법을 체험해 보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미술관 2층 야외 데크에 가설된 '박서보 작업실'에서의 전시연계 체험 프로그램은 전시가 끝나는 오는 7월 8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되며 오후1시, 2시 30분, 4시, 5시 30분에 당일현장예약을 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이뤄진다. (사전예약이 이루어진 단체는 매주 목요일과 1주/3주 토요일에 오전10시 30분에도 진행된다)

약 1시간동안의 체험 동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테마 4 - 휴식을 즐겨라

▲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실제 작품 제작과정의 모습
ⓒ 이준혁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의 가장 서쪽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인 안산에 위치해 있다. 서울 서남부, 인천, 부천, 광명, 시흥, 안양, 군포, 수원 등에 살고 있거나 약간의 원거리나들이라 할 지라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안산을 찾는데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산 경기도미술관까지 오는 데에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 곳에 올 때는 하루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긴 시간을 잡고 오자. 경기도미술관이 위치한 곳은 화랑유원지로서 넓은 정원같은 풀밭, 하천변의 산책로와 아담한 정자가 잘 꾸며져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를 대여(유료)하기도 하기에 가족끼리 찾아오더라도, 연인끼리 찾아오더라도, 하루를 유쾌하게 보낼 수 있다.

이번 테마 마지막 사진으로 화창한 봄날의 주말 낮 시간을 자전거와 함께 즐겁게 보내는 시민들을 담아보았다. (연인을 위한 2인용자전거, 유아 2명 놓을 곳이 별도로 있는 가족용자전거, 추억의 네발자전거까지 있다)

▲ 연인을 위한 2인용자전거, 유아 2명 놓을 곳이 별도로 있는 가족용자전거, 추억의 네발자전거까지 다양한 자전거를 대여하여 이용할 수 있다.
ⓒ 이준혁


에필로그

▲ 2층 테라스에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전시연계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 이준혁
경기도미술관에서는 매일 오전 11시(토/일/공휴일), 오후 3시(매일)에 전시설명을 하고 있다. 시간을 잘 맞춰 체험프로그램도 참여하고 전시설명도 듣는다면 좋은 경험이 되리라 본다.

개인적으로는 오전 10시경에 자기 나름대로 전시회를 살피고 11시에 전시설명을 들으며 곱씹으며 점심을 먹은 후 한 시간 정도 풀밭에 누워 쉬거나 산책하고 자전거타며 개인의 시각을 보내다 오후에 다시 미술관으로 들어가 2층 데크의 박서보작업실 묘법 체험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면 주말을 아기자기하고 보람되게 잘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갑작스러운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시간이 많지 않아 급히 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하루 쯤 일이 아닌 예술과 휴식과 함께 친하게 지내는 기회를 마련해 보자.

덧붙이는 글 | * 찾아오는 길

- 안산선(서울지하철 4호선 직통) 공단역 하차 후 도보 15분(약 800m)
- 여의도, 구로디지털단지역, 석수역 등 시흥대로에서 5601번 버스 승차, 구로디지털단지 기준 약 1시간
- 목감동, 안양1번가, 호계동에서 350번 좌석버스 승차, 안양1번가 기준 약 40분
- 수원역에서 909번, 707번 좌석버스 승차, 수원역 기준 약 40분
- 모든 버스는 '화랑유원지' 정류장 하차. 정류장에서 공원 방향으로 직진하여 공원 내 미술관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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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대를 위한 지식정보 포털사이트 영삼성닷컴(www.youngsamsung.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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