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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01 18:56 수정 2019.10.08 14:59
8월 27일 출범한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제안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오마이뉴스>는 금강과 낙동강을 탐사취재한 뒤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 특별기획 보도는 이어간다. 10월 말경에는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을 원작으로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영화투자배급사 <엣나인필름>)을 영화관에 개봉한다. [편집자말]

8월 21일자 <조선일보> 기사 ⓒ 조선일보

   
"이런 또 뭐야? 오늘 <조선> 기사 봤어요?"

금강유역환경회의와 대전환경운동연합 등이 공동주최한 '자전거 탄 금강' 행사 동행 취재 첫날인 지난 8월 21일, 금강 하굿둑 녹조밭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마친 뒤 점심을 먹을 때였다.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조선>이 이날 내보낸 2개 기사는 이런 제목이었다.

"1년 넘게 개방하고도… 금강·영산강 4개 보, 수질 악화"
"4대강 7개 보, 수문 연 후 수질 더 나빠졌다"


이 기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 썩었다'는 내용이다. 환경부가 지난 7월에 내놓은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를 분석한 기사이기에 데이터에 기초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보도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과학도 거짓말을 한다. 아니, 과학의 외피를 쓴 채 그간 <조선>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입장을 뒷받침할 데이터만을 편집한 기사일 수 있다. 어디까지 진실일까?

[검증 1] 녹조 vs. 모래톱

'자전거 탄 금강' 답사단은 2박 3일간 금강 하굿둑에서부터 수문이 활짝 열린 백제보, 공주보를 거쳐 세종보까지 자전거를 타고 100km를 달렸다. 당초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데이터를 가지고 쓴 <조선>의 기사를 현장에서 팩트체크했다. <조선>은 4대강 보에 물을 가뒀을 때의 수질이 좋아졌다는 '과학'을 제시했지만 육안으로 본 현장은 너무 달랐다.

아래 두 장의 사진만으로도 금강에 있는 3개 보 개방이 수질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의 진위를 가릴 수 있다.
 

8월 21일 충남 서천군 화양면 망월리 금강과 화산천 합류점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금강 녹조. ⓒ 권우성

   

지난 9월 17일 찍은 금강과 유구천 합수부 모습. 새롭게 형성된 모래톱 위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 김종술

 
위쪽의 사진은 '자전거 탄 금강' 답사단이 지난 8월 21일 오전에 하굿둑에서 드론으로 찍은 녹조이다. '고인 물'이다. 4대강 보와 유사한 구조물인 하굿둑에 막힌 구간에는 짙은 녹조가 창궐했다. 가까이 가니 시궁창 냄새가 났다. 김종술 기자가 강물에 잠깐 손을 담갔다가 빼니, 녹색 고무장갑을 낀 것처럼 진한 녹조가 손에 묻어나왔다.

아래쪽 사진은 4대강 사업 때 금강에 세운 3개 보 중 최상류 세종보 아래쪽의 유구천 합수부에서 관찰한 '흐르는 물'이다. 수문이 열리자 강바닥이 드러났고, 그 위에 모래가 쌓였다.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보가 열린 뒤 수질과 수생태계가 많이 개선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내내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을 닫아두었을 때는 이곳에서도 매년 녹조가 창궐했다. 지금은 모래톱으로 변해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지만, 불과 3년 전만 해도 시궁창 펄이 강바닥에 깔려 있는 죽은 강이었다.

[검증 2]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vs. 흰수마자와 재첩

굳이 수질 데이터를 들이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강바닥을 파면 시궁창 냄새나는 펄이 나오고, 그 속에 최악 수질을 상징하는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득실거리는 곳은 죽은 강이다. 반면 강바닥에 재첩이 살고, 멸종위기종 1급 물고기인 흰수마자가 발견되는 곳은 산 강이다.

아래 사진은 수문이 개방되기 전인 1년 전인 2017년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세종보 상류의 펄 속에서 채취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들이다.
 

2017년, 물 빠진 세종보 상류 펄밭을 손으로 파헤치자 최악의 수질오염 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 김종술

 
흐름이 멈춘 강의 바닥 펄에서는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펄 속에 들어가니 허벅지까지 빠졌다. 10cm가량 물속에 잠긴 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기포가 샘솟았다. 펄이 썩으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였다.

하지만 세종보 수문을 개방한 뒤, 이 구간의 환경은 급속도로 바뀌었다. 강물이 펄을 밀어내고 상류의 모래와 자갈을 실어 날랐다. 지난 4월 14일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 등은 이곳에서 흰수마자 31마리를 발견했다. 맑은 물에서 사는 멸종위기종 1급 물고기가 돌아온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금강의 귀환'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4월 14일 금강에서 채집된 흰수마자 ⓒ 순천향대학교

 
생태계는 특정 지점의 수질, 그것도 지표수 부분만을 측정하는 수질측정망보다 정확할 수 있다. 실지렁이는 산소 제로지대인 펄에서 살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흰수마자는 고운 모래가 깔려있는 맑은 물에서 산다. 생명체들이 수생태 환경에 민감한 것은 삶과 죽음의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문개방 전후 상황이 이렇게 다른 데도 수문을 연 것보다 수문을 닫은 게 더 수질이 좋다는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물론 나는 믿지 않지만, 포털 등에 뿌려진 <조선> 기사를 본 독자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문제다.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은 썩는다'는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검증 3] 편집된 데이터 vs. 원데이터

2박 3일 동안 목격한 현장은 <조선>이 분석한 데이터를 강력 부인했다. 현장과 <조선>이 제시한 데이터,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은 '1년 넘게 개방하고도… 금강·영산강 4개 보, 수질 악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환경부가 내놓은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강과 영산강의 경우 백제보를 제외한 4개 보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보 개방 이전 같은 기간 평균과 비교했을 때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인(燐) 함량(TP), 총질소(TN), 부유물질(SS) 등 5가지 수질 지표가 대부분 악화됐다.

금강 공주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5개 지표가 모두 악화됐고, 세종보는 부유물질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죽산보는 총질소를 제외한 전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이끼의 일종) 농도의 경우에도 승촌·죽산보에서는 오히려 예년 동기 대비 최대 94%까지 증가한 사례가 나타났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선>은 아래의 표를 제시했다.
 

<조선>이 ‘1년 넘게 개방하고도… 금강·영산강 4개 보, 수질 악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게재한 표. ⓒ 조선일보


일반 독자들은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기사이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디테일 속에 악마가 들어 있다. 우선 비교 기간을 살펴보자. 금강 세종보의 경우 <조선>이 발췌한 '기간'은 각각 2019년 1월~6월이다.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에서 제시한 아래와 같은 '2-1단계'는 제외됐다.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에 게재된 표 ⓒ 환경부


<조선>은 원래 표에서 아랫부분 6개월 동안의 표만 인용하고 그 이전인 2018년 1월~12월까지 1년 동안의 집계는 반영하지 않았다. 이 기간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개방 전 평균값보다 같거나 줄었다. 특히 보 개방 직전인 2016년과 개방 후를 비교할 때, 모든 수질 수치가 좋아진 것으로 확인된다.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에는 <조선>이 생략한 다음과 같은 유의미한 표도 있다.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에 게재된 표 ⓒ 환경부


간에 치명적인 맹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을 함유할 수 있는 남조류 등의 조류 농도가 개방 전 평균보다 현격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올해 8월까지 세종보 지역에 발동된 조류경보는 '0회'였다. 올 연말에 이 지역의 클로로필a 농도의 평균치를 낸다면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떨어진 수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

<조선>이 제시한 표의 또 다른 한계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외부요인이 완전 배제됐다는 점이다. 가령 위의 표에서 개방 이후에도 답보 상태이거나 악화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질소(TP) 등의 이화학적 수질 항목은 <조선>이 보고서에서 인용하지 않은 아래의 표를 보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에 게재된 표 ⓒ 환경부


<조선>은 BOD, TP의 농도가 증가한 것의 원인을 세종보의 수문 개방에서 찾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금강 지천에서의 유입수의 수질 악화라는 게 환경부가 내린 결론이다.

금강 수계를 모니터링해 온 김영일 박사(충남연구원)도 "위에 있는 표와 같이 한 지점의 연도별 변화상으로 4대강 보의 영향을 재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기상조건과 상류 오염원의 유입 정도, 강수량 등 외부 요인과 해당 지점을 중심으로 한 상하류의 수질 변화상을 연도별로 비교할 때 좀 더 면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은 공주보의 경우, 2018년 11월~2019년 6월의 수질 항목을 개방 전과 비교하면서 수질악화를 지적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최근 6개월치 데이터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아래 표는 4단계 전면 개방 시기인 2018년 10월부터 11월 초까지 1달간 계측된 수치이다.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에 포함된 표 ⓒ 환경부


즉, 특정 기간만을 비교하면 수문개방의 영향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수문개방 여부와는 상관없는 수질 수치를 대입해서 속단하는 것도 금물이다. 따라서 개방된 기간 전체의 추세를 관측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매년 여름마다 논란이 되어 왔던 녹조의 경우를 예로 들면, 아래는 보 건설 전‧후 개방기간 동안 공주보 유역의 기온, 강우량 및 조류(클로로필-a)농도를 비교한 표이다.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에 게재된 표 ⓒ 환경부


1단계 부분 개방 때에는 클로로필a 농도가 줄었지만, 2단계 전면 개방 때에는 개방 전에 비해 35.8%가 늘었다. 하지만 4단계 전면 개방 때에는 조류농도가 급강하했다. <조선>이 그동안 보여준 데이터 편집기술로 봐서는 이중 2단계만 보여주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조류 농도가 옅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즉 편집된 부분으로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적 명제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조선>은 낙동강의 낙단보와 구미보, 이포보의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수문개방 이후보다 수문개방 이전의 수질이 좋았다고 분석했지만, 수문개방 일수를 알면, 의미 없는 수치를 동원해 수문개방의 역효과를 부각시키는 데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낙단보의 수문은 올해 2월 22부터 3월 3일까지 개방됐다. 불과 열흘이었다. 구미보는 1월 24부터 2월 22일까지, 이포보는 작년 10월 4일부터 11월 12일까지였다.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수문을 10여 년 동안 닫았고, 열린 기간은 열흘에서 길게는 1달여에 불과했다. <조선>은 금강과 영산강의 데이터 편집에 이어 짧은 기간에 나타난 수치를 보고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놓은 것이다.

"1년 넘게 개방하고도… 금강·영산강 4개 보, 수질 악화"
"4대강 7개 보, 수문 연 후 수질 더 나빠졌다"


하지만 데이터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편집하느냐에 따라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수치도 거짓말을 한다. 이런 <조선>의 기사는 포털과 SNS를 통해 뿌려지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무한 반복된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행했던 4대강 사업이 성공했다는 거짓 신화를 창조하는 데 부역한다. 4대강 수문을 틀어막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매년 4대강 16개 보의 유지보수비용으로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조선>이 자사의 논조대로 팩트를 가위질해서 보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단군 이래 최악의 토목사업으로 꼽혔던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정권이 바뀐 뒤에도 계속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자전거 탄 금강' 행사]
공동 주최 : 금강유역 환경회의,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세종환경운동연합, 서천생태문화학교, 이상돈 국회의원실
기술 후원 : 충남연구원

동행 취재 : 김종술 이철재 김병기 권우성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에 보내주시는 ‘좋은 기사 원고료’는 지난 10년여동안 금강을 취재해 온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의 취재비로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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