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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9 07:51 수정 2019.07.19 07:51

프랑스에서는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 pixabay

(* 이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첫 아이 출생과 육아의 경험이 고통스럽지 않고, 사회와 개인이 잘 보조를 맞추며 버겁지 않게 해내야만 부모는 둘째, 혹은 셋째의 출산을 계획할 수 있다.

나는 지난 2005년 한국에서 7개월의 임신기간과 프랑스에서 막달 3개월의 기간을 동시에 경험해본 사람이다. 한국에서 출산은 움직일 때마다 돈다발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선 단 한푼도 들이지 않고, 온전히 국가의 케어를 받는 일이었다.

국가에 대한 신뢰

노산(35세)임을 상기시키며, 산모의 불안을 담보로 이런저런 최신형 검사들의 가능성을 흘릴 때마다, 아이의 출생에서부터 내 지갑의 빈약함을 탓하며 못난 부모여서 미안해 하던 한국 산부인과에서의 시간. 그걸 뒤로 하고 프랑스에 오자, 일단 아무도 내게 '노산'이란 단어를 입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남은 3개월 동안 초음파 검사는 모두 무료였고, 그 밖에 산모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의사가 처방한 이러저러한 보조제도 무상으로 지급되었다.

등록한 산부인과에선 예비 부모들을 남녀 따로 혹은 함께 불러서, 육아와 수유의 기술을 가르치고, 남자들에겐 성관계를 재개하는 시기와 방식, 출산 이후 아내가 겪을 수 있는 산후 우울증에 대한 대비 등을 훈련시켰다. 예비 부모들이 육아를 둘러싸고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갈등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하게 한다.

출산 직후엔 그날 출산한 산모들을 소집하여 심리학자의 주도로 서로의 출산 경험을 토로하게 하며 경험을 객관화 시키며 '감정의 샤워'를 유도하기도 했다. 출산의 난이도와 산모의 상태에 따라 산후 입원 기간이 결정되며 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만큼의 입원 비용 또한 전액 무료다.

출산 후 산모의 몸이 제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재활훈련을 위해 물리치료처방전을 10~20회 가량 제공해주기도 한다. 물리치료가 끝난 후에도 충분하게 몸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을 경우, 위의 처방전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반복될 수 있다. 당장 출산 계획이 없는 경우엔 피임에 대한 처방도 꼼꼼히 묻고 챙기는 것이 의사, 즉 국가의 역할이다.

그렇게 출산이라는 의학적 과정뿐 아니라, 새로 부모가 될 사람들의 정신 보건까지 미리 샅샅이 챙기고 동반해주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무료로 체험했다. 그제야 나는 출산과 육아는 개인과 국가가 철저히 보조를 맞춰 공조하는 일임을 인정하며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는 재정적 축복

출산 직후 육아용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상당한 금액의 지원금이 나오고 육아 수당이 나온다. 하지만 한 아이만 있을 경우, 국가가 매달 2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의 현금을 지원해주는 달콤한 시기는 3년으로 끝난다. 이후론 학교에 무료로 보낼 수 있고, 매년 학기 초마다 학용품 등을 살 수 있는 50만 원 상당의 지원금이 지급될 뿐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둘째 아이를 낳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아이가 18세 살이 될 때까지 이 모든 지원이 계속될 뿐 아니라, 가족이 내야 하는 각종 세금들이 삭감된다. 셋째가 태어나면 또 다른 차원이 열린다. 그 때부터 정부가 인정하는 대가족의 기준이 적용되면서, 셋째 아이에게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비용은 무상이 된다. 아이가 둘일 때보다 두 배 가까운 세금이 감면될 뿐 아니라 기차요금, 공공요금, 각종 문화시설의 입장료까지 깨알 같은 혜택을 온 가족이 받는다.

연금을 타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분담금 의무 납부 기간도 축소된다. 한마디로 셋째의 출생은 온 가족에게 엄청난 재정적 축복이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셋 있는 가정에서 기차를 타면 전체 기차요금의 30%가 할인되고, 대가족들은 최대 75%까지 할인 혜택을 누릴 수가 있다.

프랑스 가정에서 첫째와 둘째 아이의 평균 연령차가 3.5년인 것도 이런 이유와 밀접하다. 첫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부모가 한시름 덜어낸 시점, 첫 아이에 대한 국가의 현금 지원이 끊기는 시점에 둘째 아이가 등장한다. 국가가 설계해 놓은 시스템과 개인의 선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물론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분명 충분치 않다. 독일의 경우도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가가 가족과 출산, 육아를 지원하지만 출산율은 유럽 평균치를 넘어선 적이 없다. 전통 가족에 대한 가치, 종교와 사회가 부여하는 여성에 대한 역할이 프랑스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비좁다. 여기서 결정적 차이가 발생한다.

독일에도 어린 아이를 공공 교육시설에 맡길 수 있는 제도는 갖춰져있다. 하지만 그런 엄마들은 '까마귀 엄마'라는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기도 한다. 까마귀가 둥지 안 새끼를 돌보지 않고 떠난다는 속설에 근거한 낙인이다. 여성이 아이를 더 낳고 싶어하는 문을 여는 비법을 사회가 만들지 못한 것이다. 출산에 각종 금전적 혜택을 집중하고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문을 여는 네가지 비법
 

금전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론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다. 여성이 비로소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순간에 주목해야 한다. ⓒ unsplash


그 문을 여는 비법은 크게 네 가지다.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다원적 형태의 가족 구성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관용이 필요하다. 또 도움이 절실한 약자들이 편견과 차별의 늪에 빠지지 않고, 출발선에서부터 동등한 혜택 속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대접받게 만들려는 제도적 노력도 빼놓으면 안 된다. 그리고 여성이 자신의 사회적 욕구를 희생시키지 않고, 그 어떤 죄책감도 갖지 않고 기쁘게 출산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통념들이 적절히 서로를 상승시키며 만날 때, 더 많은 생명들이 이 세상을 만나러 올 것이다.

'0'을 향해 수렴해 가고 있는 한국의 저출산을 염려하던 10대 한국 소녀에게 나는 "결국 헬조선이란 단어가 사라지는 날, 저출산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세상의 어떤 엄마도 지옥 속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는 않은 법이니. 우리 사회를 지옥으로 만드는 핵심은 무궁무진한 차별의 제도화다. 그 무수한 차별들을 연대의 힘으로 거두어 내고, 구김 없는 얼굴로 아이의 생이 쭉 뻗어나가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때, 저출산으로 얼어붙은 우리의 미래에 봄이 도래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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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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